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자본확충 비상 걸린 생보사들

후순위채·영구채도 자본에 포함
농협·흥국생명 공모 발행 나서
신한, 부동산 매각해 지표 개선
생명보험사들이 내년 새 재무건전성 평가제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치 악화로 보험금 지급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농협생명보험과 흥국생명보험은 이달 말을 납입일로 각각 3000억원의 후순위채와 400억원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회사가 후순위채나 영구채를 공모로 발행하는 것은 각각 2017년,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흥국생명은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앞서 선제적 자본 확충 목적으로 이번 영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후순위채와 영구채는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평가 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2023년 1월 도입 예정인 IFRS17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적용해 생보사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올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제도 변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후순위채와 영구채 발행을 독려해왔다. 그 결과 국내 생명보험산업 자기자본에서 영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월 말 현재 4.7%로, 2017년 2.4%에서 두 배로 커졌다.IFRS17과 함께 도입하는 K-ICS는 기존 지급여력(RBC) 제도보다 더욱 정교하게 자본을 계산하도록 한 제도다. 농협생명은 이 지급여력 지표 개선을 목표로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RBC 비율이 2020년 말 287%에서 작년 말 210%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둔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생보사들은 지표 개선을 위해 최근 부동산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2020년 신한L타워를 팔고, 작년엔 천안연수원도 매물로 내놨다. 한화생명은 이달 서울 신설동 사옥 공매를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8조2667억원으로 전년보다 36.2%(2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3개 생보사는 3조9403억원, 30개 손해보험사는 4조3264억원이었다. 실적 개선에도 보험사 전체 자기자본은 143조328억원에서 134조6105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14조8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이태호/이호기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