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5분 도시 생활권' 만든다

도보·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상업·엔터 등 필수기능 수행

62개 행정동 경계 허물어
115개 사업에 22조 투입키로
부산시는 보행,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계획안인 15분 도시 전략을 23일 발표했다. 사진은 부산북항 뒤로 펼쳐진 원도심 전경.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23일 발표됐다. 부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62개 행정동의 경계를 허물고, 도보생활권과 대중교통생활권으로 이원화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사업 115개 과제를 발굴해 22조5591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어반루프 꼬리표’ 뗄까

박 시장은 이날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15분 도시의 이론적 기반을 정립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와 비디오 콘퍼런스 기반의 공감 토크를 진행했다. 15분 도시란 시민이 도보와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생활, 일, 상업,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6개의 필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도시를 의미한다.

부산시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어반루프로 상징되던 ‘박 시장표’ 15분 도시의 개념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외곽과 도심을 1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미래형 교통수단인 ‘어반루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사실상 15분 도시 사업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는 시민의 주거 특성을 반영해 15분 도시 중심의 새로운 도시계획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행정동 경계 사라진다

시는 현재 진행 중인 ‘15분 도시 기본구상 용역’에서 시민의 주거 특성과 도시 특징을 반영해 부산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파리, 멜버른, 런던, 싱가포르 등 많은 도시가 15분 도시의 가치를 실현 중이지만 해외 사례를 부산에 고스란히 옮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며 “크게 도보생활권과 대중교통생활권으로 나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시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시민의 76.7%가 10도 이상의 경사지에 거주하고 있어 도보와 자전거로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선형적으로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750m 거리 내에 93.9% 수준의 시가지화가 진행됐다. 좁은 지역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분석에 따라 시는 현행 62개 동 중심의 행정 구역에서 벗어나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의 이원적 생활권을 설정해 도시계획의 대전환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각 생활권은 지형, 생활권, 중심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유형 등의 특수성이 반영돼 사업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빈집이 늘고 있는 영도구 청학동은 대대적인 보행로 개선 사업과 함께 다기능 도서관을 중심으로 노인 케어 서비스를 추진한다. 학생과 청년인구 비중이 높은 연제구 토곡생활권은 기능 재배치로 친수공간 중심의 주민 개방 공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시민의 생활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며 “시민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15분 도시 체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