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손 내민 바이든…中제품 관세 4년 만에 풀었다

인플레 완화·러 지원 차단 포석
관세적용 549개 중 352개 면제
미국 정부가 2018년부터 관세를 부과해온 중국산 제품의 60% 이상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막기 위한 유화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관세 적용 대상인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의 관세 부과 예외를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예외로 뒀다가 기한 만료로 다시 관세를 부과한 352개 중국산 제품의 관세 예외 조치를 부활하는 형태다.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 352개 품목은 중국산 수산물을 비롯해 전기모터, 모터바이크, 화학제품, 섬유, 일부 소비재 등이라고 USTR은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12일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하며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2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다. 2020년 말 1차 합의에 이르면서 549개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산에는 관세 예외를 적용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관세 예외 조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이 계속되면서 규제 완화는 없던 일이 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중국산 제품 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제품에 붙는 관세는 미국 수입업자가 낸 뒤 제품 가격에 반영해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美, 中이 러시아 지원않게 당근…"러에 반도체 팔지 말라" 채찍도

미국이 중국에 강온 양면 작전을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데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 면제’라는 유화책을 제시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관세가 줄어드는 폭만큼 소비자가격이 낮아진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지 않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라가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다시 떨어지는 추세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21~22일 미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이전보다 3%포인트 하락한 40%에 그쳤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54%에 달했다.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하락하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시행한 미 공영라디오 NPR의 조사에선 국정 지지율이 10일 전보다 8%포인트 급등한 47%로 작년 8월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한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중국산에 대한 관세를 없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면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당근책만 제시하는 건 아니다. 러시아를 돕지 못하도록 압박도 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부과한 수출 통제를 위반하면 어떤 나라의 어떤 기업이든 응징하겠다”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미국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이들 기업이 이 수출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반도체 칩을 팔고 있음을 알게 될 경우 이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그들이 근본적으로 문을 닫게 할 수 있다”며 “우리는 틀림없이 이를 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 집행기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대금 결제를 용이하게 도와주는지, 수출 통제에 반하는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