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를 두 번 해야 된다니…" 눈물의 돌잔치 준비 [오세성의 아빠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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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아빠놀자 (7)
어느새 돌…코로나 시대 돌잔치 해보니
높아진 폐업률에 계획부터 '삐끗'
당근마켓으로 이웃 도움에 웃음도 잠시
가족 확진자에 취소에 위약금…결국 반쪽 행사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출장뷔페 업체를 예약하려 전화를 걸었더니 결번 안내 문구가 나왔습니다. 홈페이지 링크를 누르니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창이 뜹니다. 지난해까지 후기와 별점이 등록됐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오세성의 아빠놀자 첫 편을 올린 게 얼마 전 같은데, 어느 새 딸아이가 돌이 됐습니다. 양쪽 집안에서 첫 손주였기 때문에 가족들의 기대도 컸습니다. 가까운 친척들만 모셔도 인원이 어느정도 됐던 터라 전문가의 손길에 기대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었습니다. 폐업됐거나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지, 혹은 규모를 축소하면서 예약이 어렵게 됐습니다. 그렇게 수첩에 있던 업체 목록이 하나씩 지워졌습니다. 이왕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니, 가족만 모인 소규모 셀프 돌잔치를 구상했습니다. 가족만 모이는 셀프 돌잔치라면 별도로 공간을 빌릴 필요도 없고, 돌상·한복 대여와 십여명 규모의 가벼운 출장뷔페만 준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죠.아이가 태어날 즈음부터 후기를 검색하고 지인들에게 추천받아 손맛이 좋다는 출장뷔페 업체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한데 시작부터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연락처를 적어둔 출장뷔페 업체 5곳 가운데 3곳은 결번이고 1곳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1곳은 이미 예약이 찼다고 하네요.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음식점업 개인사업자 75만1008명 가운데 13만5926명이 폐업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폐업한 셈입니다. 음식점 주인 57%가 폐업을 고민한다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일반 음식점이야 늘어난 배달 수요로 한숨을 돌렸겠지만, 모임이나 행사가 있어야 영업이 가능한 출장뷔페 업체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을 듯합니다. 홀 영업도 쉽지 않았겠지요. 당장 제가 사는 지역만 해도 곳곳에 있던 한식뷔페 음식점들이 거리두기 여파에 모두 없어졌더군요. 개업 안내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코로나가 터져 장기간 휴업을 하다 폐업한 가게를 볼 때는 저도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계획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전문 돌잔치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마침 인근에 장소와 음식, 한복, 촬영 등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면서 평판도 좋은 곳이 있었습니다. 행사일을 한 달 약간 넘게 남았던 상황이기에 토요일 점심시간으로 순조롭게 예약하고, 오신 분들께 드릴 답례품과 경품 선물 마련에 나섰습니다.
흔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 유용하게 쓰일 답례품을 찾다 핸드크림을 떠올렸고, 돌잡이 경품 등의 선물은 후배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해결했습니다. 설을 기점으로 명절 선물 세트가 반값에 대거 판매된다는 기사였습니다. 오실 분들의 연령을 고려해 건강에 도움이 될 물건들을 찾았는데, 실제로 포장 상태까지 완벽한 제품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살피던 도중 돌잡이 선물 스티커도 무료로 나눔 받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돌잡이상, 최고령상, 장거리상 등 돌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품에 붙일 스티커를 한 무더기 주셔서 두어장 사용하고 남은 물량은 다시 같은 플랫폼에서 다른 분께 무료로 전달해드렸습니다. 이웃 간의 소소한 정을 느끼는 기회였네요.비교적 순조로운 준비 과정에 마음을 놓은 탓일까요. 돌잔치 이틀 앞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만명대로 늘어나며 부모님 두 분도 확진 판정을 받으신 겁니다.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사촌들의 연락도 이어졌습니다. 돌잔치를 화상으로 열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한 주 미루기로 했습니다.
예약했던 업체에서는 한 주 미룰 경우 오후 8시 이후 저녁 시간대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계약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급하게 다른 업체를 알아봤지만, 행사를 일주일 남짓 남긴 상황이기에 전문 업체 섭외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형 뷔페의 홀을 빌려 쓰기로 했죠. 한복과 돌상, 사진 촬영 등을 맡아줄 업체도 처음부터 다시 구해야 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며 꿈꿨던 '완벽한 돌잔치'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하소연이라도 할까 싶어 육아 커뮤니티를 들어가니 비슷한 사정인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와 똑같이 가족만 모이기로 했는데 이틀 앞두고 양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100만원 넘는 위약금을 물면서 하루 전에 취소했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행사 연기가 안 돼 가족들은 불참하고 지인들을 불러 식사만 한 경우도 있더군요. 저는 명함을 내밀 자리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위약금 부담도 크지 않았고 한 주 뒤에 모두 모여 돌잔치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복잡한 과정을 모두 마치고 한숨 돌렸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었던 시기였습니다. 이 안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포함되어 계셨기 때문입니다.
가족 간 전파가 이어지며 딸아이 외가에서 확진자가 더 늘었고, 재차 돌잔치 연기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확진자가 더 늘어나 한 주 더 미루면 제대로 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돌잔치는 친가와 외가를 각각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행사가 반쪽으로 쪼개진 셈이죠.
나중에 딸아이가 자기는 왜 돌잔치 사진이 두 개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코로나19와 K-방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