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신성장동력 절실"…목소리 높인 롯데 주주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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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롯데지주 주총…안건 모두 통과
주주 질문에 이동우 대표 자료와 함께 답변
주총 1시간 20분 가까이 이어져
"(2017년 당시) 8만원대를 기록하던 롯데지주 주가가 2만~3만원대를 맴돌고 있습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 상승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주주 김모씨)
"롯데가 매년 혁신을 외친 만큼 좀 더 과감한 미래 먹거리 신규 투자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 중인 인수·합병(M&A) 건들은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주주 김모씨)25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제언이 잇따랐다. 연일 수십만명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주총장에 준비된 60여 개의 좌석에는 빈자리가 드물었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체온측정기를 거쳐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안건마다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주주가 부진한 주가 추이와 미래 성장 동력 등에 의구심을 표하며 대책을 촉구하자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함께 조목조목 답변에 나섰다. 이 대표는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연거푸 강조했다.
이 대표는 "주주의 (신성장동력) 걱정에 대해 (롯데그룹 역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예전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이 가장 중요하고, 해당 분야의 1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는 점을 전했다. 이어 "다 밝히기는 어렵지만 헬스케어와 바이오에 롯데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롯데지주는 앞서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고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바 있다.이 대표는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은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고 육성할 계획"이라며 "롯데지주를 해당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지주가 최근 실시한 여러 M&A를 통해 계열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그는 "핵심사업인 식품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지원했다. 편의점 사업에서는 미니스톱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한 주주가 미니스톱 인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세븐일레븐(1만1000개)과 미니스톱(2600개) 점포수를 합치면 1만4000개로 약 1만5000개인 1·2위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어난다. 또한 제품 매입량 증가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롯데지주가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전기차 소재 및 충전 인프라, 도심형 항공 등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롯데그룹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100억원 이상 규모의 M&A 와 지분투자가 12건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13.9%) 인수와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포티투닷 투자(250억원), 롯데정보통신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인 중앙제어 인수(690억원) 등을 예로 들었다.
기업 문화 개편에 들이는 노력도 피력했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조직 내부적으로 순혈주의 타파와 과감한 인사혁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MZ(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를 개선, 주주 이익으로 돌려주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주주의 질문에 답하고 그룹의 미래사업 전략 소개하며 지난해 주총 당시보다 두 배가량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주총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난 11시17분에야 끝이 났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반대를 권고한 안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순조롭게 통과됐다. 연구소는 신 회장이 경제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점을 들어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사내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아울러 권평오 전 코트라 사장, 이경춘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 변호사,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해경 전 KB신용정보 대표이사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롯데지주의 사외이사가 됐다. 이 대표는 주총을 마무리하며 "롯데지주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며 그룹사가 유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차질없이 구축하고 롯데의 성장 엔진이 될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주에게 약속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