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가 진짜 '꿀'이라더라"…군부대서 벌어진 일 [이슈+]

"부대 내 확진자 폭증, 미확진자에 희생 강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 명을 웃돌면서 군부대 내 확진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려서 좀 쉬고 싶다"는 말이 최근 부대 내에서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는 한 병사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내 병사들의 제보 및 소통 창구로 알려진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최근 이같은 사연을 제보한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휴가를 다녀온 인원을 포함해 수많은 병사가 잇따라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업무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대가 미확진 병사들에게 무리한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A 씨는 "약 4~5개월 전부터 우리 부대에는 한두 명씩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처음에는 철저한 격리 조치에 따라 금방 부대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무분별한 휴가 배출로 인해 가장 심할 때는 340여 명의 인원 중 100명가량의 병사 및 간부가 격리당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도 일과 중에 갑자기 한두 명씩 사라져서 간부님께 여쭤보면 격리 중이라고 하는 이 상황에서 코로나19에 안 걸린 병사들은 계속해서 갈려 나가고 있다"며 "저는 휴가를 나가게 되면 솔직히 안 놀 자신이 없어서 그냥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괜히 코로나19에 걸리면 저 때문에 많은 인원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저를 때려죽이고 싶은 정도로 후회한다. 우리 부대는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오는 상황임에도 상관없다는 듯 '전역 전 휴가 소비'를 위해 계속 인원들의 휴가를 부추겼고, 결과는 당연히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졌다"며 "이에 따라 부대에는 중대별로 많은 인원이 짧으면 5일, 길면 2주 등 격리를 하게 되면서 그 빈자리를 소수의 인원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A 씨는 "특수 보직 임무를 맡은 병사의 경우 한 명 한 명의 빈자리가 크기 때문에 3달 전부터 계속해서 평소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힘들게 임무 수행 중이고, 일반 병사들 또한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를 서는 등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이러한 고충을 간부님께 털어놓은 적도 있으나 돌아오는 말은 '다 같이 힘든데, 안 아픈 우리가 좀 더 희생하자'것이었다"고 했다.

A 씨는 확진된 병사들이 "코로나19 격리가 진짜 꿀"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고충을 토로하게 된 결정적인 대목으로 보인다.

A 씨는 "간부님 말대로 코로나19에 걸려서 힘든 사람 입에서 어떻게 '격리가 진짜 꿀'이라는 소리가 나오냐. 왜 안 걸린 병사들만 호구로 만드는 부대에서 이렇게 희생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라 지키러 1년 6개월 희생해달라고 만든 집단인데, 이제는 그 집단 안에서까지 희생을 강요당한다"고 했다.그는 "이 와중에서도 더욱더 힘이 빠지고 화나는 건 이제야 부대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병사들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휴가 통제도, 격리자 통제도 제대로 안 돼서 격리 인원들이 PX에 가고 흡연장도 이용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사태가 병사들의 부주의라고 말하며 군 기강 확립을 요구하는 부대의 모습에 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복무 중이신 모든 이들이 힘든 시기인 것을 알지만, 저는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다"며 "고생한 사람들에게 그에 마땅한 보상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A 씨 부대의 일부 인원들이 그랬듯 "코로나에 걸려서 좀 쉬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확진되더라도 이후 며칠만 아프고 남은 며칠은 푹 쉬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최근에는 한 확진자가 본인이 착용했던 마스크를 판매하겠다며 중고 거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한동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마스크를 쓰고 감염되면 일도 안 하고 집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고의 감염을 조장한 것이다.

"오미크론이 계절독감과 유사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이같은 사태를 빚은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여러 전문가는 코로나19의 확진자·사망자 수 등 유행 규모뿐만 아니라, 확진자들이 실제로 겪는 통증과 후유증의 수준이 단순한 독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높인 자에 대해 입원 치료비, 격리비, 진단검사비, 손실보상금 등 지출된 비용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