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용품 리필해서 쓰라니…" 5성급 호텔 투숙객 '당황' [이미경의 인사이트]

콘래드·포시즌스 등 다회용기로 전환

환경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따라
"위생 불안" vs "친환경 취지 찬성"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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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호텔은 위생이 중요하니 투숙객에게 당연히 일회용품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욕실에 대용량 리필 어메니티(호텔 객실에서 제공하는 샴푸·린스 등의 비품)가 준비돼 있어 당황했습니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인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다회용기 사용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일회용 소용량 어메니티는 모자랄까 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대용량은 오히려 쓰고 싶은 만큼 사용할 수 있으니 편한 것도 있고요."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버서더서울의 딥티크 대용량 용기 어메니티. [사진=이미경 기자]
욕실에 대용량·다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고급 호텔이 늘고 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줄이기' 권고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다. 일부 호텔만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호텔 투숙객들 사이에선 "위생상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친환경 취지가 좋은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일부 4·5성급 고급 호텔들은 올해 들어 객실 어메니티를 다회용기로 제공하고 있다. 콘래드서울은 바이레도 대용량 제품을 제공중이며, 포시즌스호텔서울도 딥티크 대용량 어메니티를 욕실에 비치했다. 지난해 문을 연 소피텔앰버서더서울은 개관 당시부터 딥티크 대용량 용기로 어메니티를 제공한데 이어 메리어트이그제큐티브아파트먼트서울은 오는 5월 중 영국 브랜드 디스웍스 대용량 제품으로 놓아둘 예정이다.

고급호텔이 일회용 어메니티 제공을 줄이는 배경에는 환경부의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지난해 50개 이상의 객실을 운영하는 숙박시설이 투숙객에게 일회용 위생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안모씨(34)는 "여러 명이 오가는 공간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욕실용품을 리필해서 쓴다는 것이 다소 찝찝하긴 하다"며 "리필용기 소독은 잘 될지, 내용물은 안전할지 등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불안해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투숙객들 사이에서 호텔 어메니티가 일종의 '기념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체크아웃 시 가져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모씨(37)는 "용량대비 단가로 계산하면 소용량이 더 비쌀 것"이라며 "소용량은 체크아웃 때 가져갈 수라도 있는데 대용량은 불가능하지 않느냐. 그렇다고 객실 이용료를 낮춰줄 것도 아니고 투숙객 입장에선 손해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일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호텔도 많다. 웨스트조선서울, JW메리어트호텔서울, 밀레니엄힐튼서울 등은 아직 일회용품을 제공하는데, 이와 관련해 관련 법안으로 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로선 없다.환경부는 2019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호텔 등 50실 이상의 숙박시설을 일회용 위생용품 무상제공 금지 대상 사업자에 포함시켰다. 환경부는 해당 내용을 올해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
일각에선 법안이 빨리 통과돼 업계에 일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50대 김모씨는 "카페도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친환경이 화두가 된만큼 호텔업계에도 빠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숙객들이 처음에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 최모씨(31) 역시 "리필용기 청결과 내용물 관리만 잘 된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나쁠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내용물은 오히려 대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아직 대용량 용기 전환을 하지 않은 호텔들은 정부의 방침과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고급 호텔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강제성이 생기는지 등 시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무상이 아닌 유료로는 제공해도 되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투숙객의 만족도가 중요한 만큼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