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저승사자'를 보는 기업들의 불안한 시선 [최진석의 Law Street]

사진=연합뉴스
서초동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공정거래조사부 인력을 강화한 데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의 정식 직제화를 공식화하고 나섰습니다. 공정거래수사에 힘을 주고, 2020년 1월 폐지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에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기업 저승사자’로,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각각 불렸습니다. 특수수사에 몸담았던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차기 정부에서 검찰 측에 힘이 실릴수록 기업들이 더욱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의 정식 직제화를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전날 대검 업무보고에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정식 직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내놓자 불법 공매도 근절 방안 계획 중 하나로 포함한 것이죠.현재 협력단은 ‘비직제’ 상태입니다. 정식 단장이 없고 직접 수사권도 없습니다. 정식 직제화가 이뤄지면 2년 전 폐지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하는 셈입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사항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 미공개정보이용, 주가조작 등의 증권범죄 수사·처벌 전 과정을 개편해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맨해튼의 뉴욕 남부지검 모델을 예로 들며,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 수사 강화를 공약 실무팀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공정거래조사부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으로 이뤄졌던 조직을 공정거래수사1팀과 2팀, 부당지원수사팀 등 3개 팀으로 재편했습니다. 인력도 큰 폭으로 확대했습니다. 기존 9명에서 15명으로 늘렸죠. 인력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수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공정거래 이슈는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고 또 두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검찰 특수통 출신인 윤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은 기업 입장에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분리한 장본인입니다. 물론 기업들이 불공정거래를 한다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데 합리적입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있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면 기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 로펌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특수통 검사가 대통령이 된 이상, 검찰의 기업 수사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차기 정부는 여론 환기를 위해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 가장 잘하는 게 수사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수사팀 인력을 확대한 지난 21일, 윤 당선인은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단체장, 기업인과의 핫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약속도 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였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친기업 정부가 되겠다는 윤 당선인의 발언과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의 공정거래수사팀 강화 사이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헷갈릴 것 같습니다. 차기 정부가 어떤 친기업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윤 당선인이 경제 6단체장을 만나 했던 말로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이 말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기업은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며 성장하고, 정부는 (기업 성장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