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종교생활 재개하고 '입영거부'…여호와의증인 무죄 확정

1심 실형 선고…2심·대법 "잠시 방황했을 뿐" 무죄 판결
수년 동안 소홀히 했던 종교생활에 입영통지서를 받을 무렵부터 적극 참여하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3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병무청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의 가족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고, A씨 또한 9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A씨는 대학에 진학해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2009년부터 통지서를 받은 2018년 무렵까지는 종교단체 정기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의 양심이 자신의 내면에서 결정되고 형성된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독려와 기대, 관심에 부응하려는 현실적이고 환경적인 동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입영 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잠시 종교적으로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18년부터 회심해 성서 연구 및 정기 집회에 참석하며 종교 생활에 다시 집중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종교 생활을 재개하기 전에도 수혈 거부 교리를 지키기 위해 '사전의료지시 및 위임장'을 소지하고 다닌 점과 웹하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점, 병역법이 규정한 대체복무에 적극 응하겠다고 한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입영을 거부한 당시 침례를 받기 전이었고,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지도 않은 때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도 거부 의사를 표시한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