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巨野 상대할 대통령의 '법적 무기'는?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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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윤 당선인은 취임 직후부터 '거대 야당(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데요. 국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172석)의 동의가 없이는 정부 출범의 기본인 조직 개편도, 총리 임명도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손발이 묶인 채 임기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 당선인이 법적으로 거대 야당에 맞설 수 있는 '카드'는 없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에게 보장된 '법적 무기'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① '국회 패싱' 가능한 시행령

우선 시행령입니다. 시행령(대통령령)은 대통령이 법률의 위임을 받아 제정하는 법규명령을 말하는데요. 국회 제출 및 통과가 필요한 법률과 달리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로 개정이 가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초반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이른바 '시행령 정치'를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123석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추진 시기' 기준으로 '우선 공약'을 추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계획'에 따르면 인수위는 각 부처가 제출할 공약 이행 계획에 입법 계획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입법 없이 대통령 지시로 추진 가능한 사항은 명기'하도록 했는데요. 이는 법률 이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으로 추진이 가능한 공약부터 추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을 남발할 경우 삼권분립과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런 비판을 받았는데요. 회사에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 피해를 준 기업인들의 회사 복귀를 금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시행령은 헌법상 이중 처벌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강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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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거부권 행사

법률안 거부권은 삼권분립을 명시한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하는 '법적 무기'입니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것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보장하는 근거입니다.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인 것이죠. 거부권 행사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이의서만 첨부하면 재의 요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법안의 일부 수정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합니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무기이지만, 정치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하는 법안을 다시 의결할 경우 여론의 역풍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는데요. 야당이 될 민주당 단독으로 재의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과 야당의 극한 대립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이었습니다. 전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에 응하지 않아 '투표 불성립'이 됐고, 후자는 박 전 대통령이 19대 국회 종료 이틀 전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임기 만료로 폐기 처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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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국민투표도 제안 가능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습니다. 국민투표가 가능한 조건은 제한적이지만, 국회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헌법 개정 외 국민투표가 진행된 과거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측근이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이자 재신임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재신임은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실제 국민투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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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대통령의 세 가지 '법적 무기'가 실제로 가동될 경우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한데요.

윤 당선인은 지난 26일 인수위 워크숍에서 "정부를 출범하면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 그리고 국민의 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잘못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잘 판단하고, 현 정부가 한 일 중에서 계승할 것을 잘 선별해 다음 정부까지 끌고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독선'과 거대 야당의 이유 없는 '발목 잡기'만 없다면 협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 수준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