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유럽시장 15배 커져…차지포인트 주목"

전기차 충전소 기업, 주가 날개 달았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
年 40억유로 투입 전망

최선호주 차지포인트
제품·가격 경쟁력 우수
구독서비스도 눈길
월가 목표가 24.5弗

블링크차징과 월박스도 관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기술주 매도세로 주춤했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북미 1위 전기차 충전소 차지포인트는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37%가량 상승하며 올초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전기차 충전소 기업 블링크차징과 월박스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약 14%, 6% 뛰었다.

최근 전기차 충전 관련 주식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소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투자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전 인프라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시장 규모 15배 커질 것

투자은행 레이몬드제임스에 따르면 유럽 내 전기차 충전소는 2030년까지 15배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입될 자금만 연간 30억~40억유로(약 4조300억~5조3770억원)에 달한다. 2035년부터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금지되는 것도 전기차 충전주의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더한다.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가운데 유럽 시장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업체로 차지포인트와 블링크차징, 월박스 등을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차지포인트의 전체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4분기 유럽 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해 시장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블링크차징과 월박스는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유럽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이그 어윈 레이몬드제임스 애널리스트는 “유럽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장주 ‘차지포인트’에 주목

JP모간은 세 업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차지포인트를 톱픽(최선호주)으로 선정했다.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함에 따라 쌓아온 제품 경쟁력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후발 주자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JP모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전소와 같은 하드웨어 부문에서 마진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차지포인트는 영업이익을 유지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충전소를 통한 하드웨어 매출뿐만 아니라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차지포인트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 모델을 통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어디서 충전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예약과 결제 시스템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분기 구독 수익은 535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차지포인트의 지난해 매출은 2억4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하지만 1억33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내면서 여전히 적자 상태다. 예상보다 흑자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단기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차지포인트는 마진 감소 우려에도 최대한 제품 생산을 늘려 고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탄탄한 고객층으로부터 발생하는 서비스 매출로 장기적인 수익성과 매출 안정성 개선을 꾀할 수 있고 올 하반기부터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등의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 12명 중 8명이 차지포인트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매수’ 등급을 매겼다. 12개월 목표 주가는 24.5달러다. 지난 24일 종가(18.75달러) 대비 약 30%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