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대 저물고 '원자재 패권' 뜬다
입력
수정
지면A8
英이코노미스트 "호주·칠레 수혜"‘석유 패권’ 시대가 저물고 ‘원자재 패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청정에너지 전환이 늘며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가격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칠레 등이 새 수혜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칠레 콩고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등이 ‘친환경 에너지 강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들은 2040년까지 에너지 생산을 위한 광물 등을 판매해 연간 1조2000억달러 넘게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태양광 풍력발전이 늘면서 지난해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5.8%를 차지하던 에너지 비용 지출은 2040년 3.4%로 줄어들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석유 패권 시대가 열리자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 매장량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을 180도 바꿨다. 중동 주변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붐에 힘입어 단숨에 부자 나라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 1인당 GDP는 10년 만에 18배로 늘었다. 카타르도 같은 기간 GDP가 12배 증가했다.
알루미늄 코발트 구리 리튬 니켈 은 아연 등 7개 광물을 보유한 원자재 강국이 이런 흐름을 잇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주는 이들을 모두 보유했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엔 세계 리튬 매장량의 42%, 구리의 25% 정도가 묻혀 있다. 일부 독재 국가에도 상당한 광물이 매장돼 있다.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콩고엔 세계 매장량의 46%가 있다. 페루는 세계 은의 4분의 1가량을 보유했다. 화산지대에 자리잡은 인도네시아엔 니켈이 많다. 중국도 세계 알루미늄과 구리 시장을 이끌고 있다.에너지 패권이 바뀌면서 수익이 정체되거나 다소 떨어질 중간 국가로는 이란 이라크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국과 러시아가 꼽혔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은 화석 연료 수익이 줄겠지만 광물 자원이 수익 감소분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수출에 의존했던 알제리 이집트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은 에너지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선 영국 노르웨이 등이 석유 수요 감소로 타격을 받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