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끌어모은 시몬스의 '침대 없는 매장'

성장기업

청담동에 유럽형 생활용품 매장
한 달 만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굿즈 수익만 1억…1.8만명 방문

"침대하면 시몬스 떠올리게
브랜드 인지도 넓히는 계기"
27일 오전 찾은 서울 청담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사진). 대지면적 495㎡(150평) 규모의 3층 단독주택을 유럽 샤퀴테리(육가공품) 상점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게 리모델링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굿즈 매장, 예술전시 공간 등이 들어선 이곳은 침대 전문기업 시몬스가 운영하는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다. 개점 한 달째인 지난 20일 기준 누적 방문객은 약 1만8000명. 코로나19 확산 이후 침체했던 청담동 골목상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모으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언뜻 보기엔 침대 사업과 접점을 찾기 힘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시몬스가 추구하는 ‘팬덤 마케팅’이 집약된 공간이다. 시몬스는 평균 교체 주기가 7년에 이르는 탓에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힘든 침대의 단점을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애착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완하고 있다. 당장 침대를 사지 않더라도 평소 쌓은 시몬스에 대한 호감이 자사 제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은 옛 단독주택 차고를 리모델링한 굿즈 매장이다. 정육점 냉장고 형태의 판매대와 매장 뒤편의 대형 냉동고에 문구·생활용품, 패션 아이템 등 140여 종의 상품을 진열했다. 삼겹살 모양 수세미, 햄버거 모양 포스트잇 등 상식 밖의 의외성을 살린 디자인이 특징이다. 굿즈 판매 수익만 개점 한 달 만에 9200만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시몬스 마케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가까운 상권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현상에 주목한 결과다. 작년 여름 부산에서 운영한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현지 맛집을 소개한 지도 ‘앨리맵’을 배포한 게 좋은 예다. 부산에서 시몬스와 인연을 맺은 현지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샵’은 이번 청담점 2층에 첫 서울 지점을 내기도 했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 부문 상무는 “평소 굿즈 소비 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유지하다가 침대를 사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시몬스를 떠올리게 유도하는 팬덤이 중요하다”며 “침대 주력 소비층인 MZ세대 팬을 만드는 전략으로 그로서리 스토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시몬스의 팬덤 마케팅은 5년 전 설립한 공간 디자인·기획부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축이다. 이 부서는 2018년 경기 이천 시몬스테라스의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 2020년 ‘침대 없는 TV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배경의 1990년대생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팬덤 마케팅의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2019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시몬스는 약 2년 만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