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전쟁·역병 두려워말라…지금은 투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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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 회장 연례서한“두려워하지 말라(라틴어 Noli timere). 지금이야말로 투자를 할 적기다(This is the time to invest).”
자산 31조 亞 최대 PEF 운용
"불확실성 클 때 기회 있어
모든 투자는 기술기업 향해야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 등
변화 이끌어낼 기업도 주목"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59·사진)이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에 이런 내용을 담은 영문 연례서한을 보냈다. 올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예고한 것이다. 그는 서한에서 “전쟁에도, 역병에도 시장은 빛을 비춰 줄 것”이라며 “지금은 두려움 없이 투자해야 할 때”라고 했다.김 회장은 아시아 최고 인수합병(M&A)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아시아 대표를 지낸 데 이어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지금까지 17년째 이끌고 있다. 2006년부터 그가 보내고 있는 연례서한은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100여 개 기관투자가가 받아보고 있다. 그의 서한이 그해 한국 및 아시아지역 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불확실성 높을수록 투자 기회 많아”
김 회장은 올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기)’ 선언,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등으로 지금 세계는 수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그는 이런 때일수록 “투자 기회가 있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일수록 자본과 경험을 갖춘 ‘선수들’은 오히려 투자 성과를 높일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서한에서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 시장에 집중해 규모 있게 투자하고 성과를 내 온 MBK파트너스의 전략이 결실을 볼 것”이라고 자신했다.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256억달러(약 31조원)로 아시아 지역 운용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에서 13건,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고 53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분배했다. MBK파트너스가 올해 투자를 위해 준비한 ‘실탄’은 57억달러(약 6조8000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
MBK, 테크기업 주목할 듯
김 회장은 이번 서한에서 MBK파트너스의 올해 주요 투자 대상은 테크기업과 내수기업이 될 것으로 예고했다. 그는 “모든 투자는 기술기업을 향해야 한다”며 “최근 (한국에서 한) 케이뱅크와 코리아센터 등에 대한 투자처럼 기술 지향적인 기업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나 기업들의 판매 방법 등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기업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이런 투자 기조는 김 회장이 지난해 한경과 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중·일 내수시장에 대해 확신하며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다 닫게 해놓은 다음 다시 오프라인 서점에 진출하는 것처럼 이젠 온라인 오프라인이 아니라 ‘옴니라인(온라인+오프라인)’ 등이 유망하다”고 했었다. 김 회장은 내수 기반의 테크기업을 인수 및 투자하거나 충성고객을 보유한 내수기업에 테크기업을 사서 붙이는 이른바 ‘볼트온 전략’ 등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 테마파크 인수 등도 공개
김 회장은 이번 서한에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까지 거둔 투자 성과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최대 렌터카업체인 선저우쭈처(CAR Inc) 경영권을 확보했고 하이허테마파크도 인수했다”고 말했다. 일본 실버케어 프랜차이즈인 스쿠이홀딩스, 한국의 동진섬유·경진섬유, 코리아센터, 골프존카운티 등에 대한 투자 성과도 설명했다.김 회장은 이와 함께 △한국의 두산공작기계(내부수익률·IRR 50%) △일본 최대 골프체인 아코디아골프(IRR 30%) △중국 물류회사 에이팩스(IRR 36%) 등의 매각으로 조(兆) 단위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