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차 추경' 드라이브에 민주도 일단 호응…정부 불가 변수

정부는 '文정부 임기 중 불가' 고수…靑 "개입않고 논의 지켜볼것"
내일 文-尹 회동서 의제 오를 듯…협조 이뤄질까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제출을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2차 추경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재원 마련 방식 등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추경 편성 압박 자체에는 힘을 보태겠다고 공언한 상태라 국회발(發) 추경 추진 드라이브는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한 정부가 현 정부 임기 내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런 가운데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찬 일정이 잡히면서 추경 문제도 주요 회동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의 협조를 얻어내며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 尹 당선인 측 "추경안 국회 제출 강력히 요청"…압박 수위 높여
2차 추경 편성에 가장 적극적인 측은 윤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 22일 첫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빈곤 탈출 방안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할 것 같다"며 2차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방역지원금 최대 1천만원 지급, 손실보상 확대, 저리 대출·세제 지원 등 5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공약 실현을 위해서라도 윤 당선인 측은 2차 추경 편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 속도감 있는 진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신용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불가피한 경우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고통받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와 함께 새롭게 필요한 보건의료 관련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검사나 시약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민주도 "추경 위해 정부 설득·압박…재정당국 어려움은 참고해야"
민주당도 2차 추경 추진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빠를수록 좋고 완전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민주당은 추경 편성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일 때 어떻게 설득하고 압박할지가 국회의 역할"이라며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만나 추경 편성에 대해 여야가 같이 힘을 모으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추경 규모 및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 측과 다소 입장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50조원, 저희는 30조원 이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지금은 회계연도의 1분기가 끝난 상황이라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재정 당국의 어려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여야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정부를 향해 추경 추진 압박을 시작할 경우 견해차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모든 걸 국채발행으로는 할 수 없다"며 "할 수 있는 만큼은 지출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상태다.
◇ 정부는 난색, 靑도 "개입안해"…文-尹 회동 돌파구 될까
다만 정치권의 강력한 의사 피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2차 추경 추진 자체에 재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는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2차 추경을 제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고 밝혔다.

재정 당국 내부에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2차 추경이 경제 전체에 대한 리스크 요인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편성·제출은 현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즉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가 심의·의결할 안건이 없는 셈이다.

여기에 청와대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추경에 반대한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추경은 재정 당국과 국회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답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기재부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겠지만 청와대는 여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밑에서는 가뜩이나 재정 당국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을 문 정부 내에서 처리하며 국가채무를 늘리는 일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감지된다.

이번 정부가 굳이 임기 말에 무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 관계자 역시 "(홍 부총리의 2차 추경 불가 방침에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추경 편성 필요성을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문 정부 임기 내 2차 추경 추진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같은 맥락에서 다음날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며, 이에 문 대통령이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추경 처리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