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홈페이지까지 마비…시위 방식 두고 불붙은 논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향해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 시위 방식을 중단하라"고 말한 뒤, 장애인의 시위 방식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논쟁은 불이 붙으며 시위를 주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홈페이지는 허용 접속량을 초과해 마비가 될 정도였다.

이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이라는 단체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자기 주장이 관철된다는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 시위라면서 투쟁하지만 서울시의 94%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있고, 나머지 6%는 역사의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난해한 곳들이다"라고 말했다.그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벽히 완료하겠다고 했음에도 출퇴근 시간을 볼모잡고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넣는 방식으로 운행을 막아 세우고 있다"며 "이미 이동권 문제 아니라 해당 단체 요구 사항은 장애인 평생 교육 시설 예산, 탈시설 예산 등을 요구하는걸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말고 현재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중단하라"며 "선량한 시민의 최대다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문명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이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 대표의 여성, 장애인, 동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라며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잘못도 무조건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분들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고 의원은 "다만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배려’와 ‘연대’의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스스로가 혐오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 하는지 아셔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다른 글에서는 "서울시에 있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에 부탁 말씀 드린다"며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에 살고 계신 분들의 출근이 조금 늦어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절규와 호소가 담긴 시간이라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받고 싶고, 이동하고 싶고, 이웃과 함께 동네에서 살고 싶은 ‘보통의 일상’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눈물이라 생각해달라"며 "시민들의 출근길 어려움이 길어지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직접 시위 현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전 기자회견에 안내견인 '조이'와 함께 등장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어 "또한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지하철 이용객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장혜영 의원은 "정치권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는 시위에 여당 대표가 모욕적 발언을 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목소리가 이준석 단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는 소리가 자당 내에서 나오는 것이 필요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온라인 상에서는 '아무리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해도 다수 시민들의 출퇴근 길을 방해하는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과 '주목을 끌어내기 위해서 선택한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