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명품 수출금지'에…러, 스위스 명품시계 싹쓸이 '보복'

출처=Audemars Piguet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에 위치한 스위스산 시계 매장에서 명품시계를 대량 압수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사치품·명품 수출을 금지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특수요원들이 오데마피게의 모스크바 지사 건물에 들어가 명품시계 수백만달러어치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오데마피게는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명품시계다. 롤렉스 파텍필립과 더불어 스위스 3대 독립시계 브랜드로 꼽힌다. 스위스 시계산업연맹에 의하면 러시아는 지난해 2억7800만달러(약 3400억원) 상당의 스위스 시계를 소비했다. 스위스 시계 수입 규모로 전 세계 17위에 올랐다.

러시아 당국은 오데마피게 명품 시계를 압류한 이유로 "세관 위반"을 들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외무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EU 제재에 대한 보복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이달 초 EU가 러시아에 명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에 동참하며 중립국 입장을 내려놓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소비재 기업들 대부분은 러시아에서의 전면적인 철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가 대표적이다. 네슬레는 러시아 현지에 대규모 생산설비와 수천명 직원들을 두고 있어 러시아 철수를 결정할 경우 러시아 당국에 의해 직원들이 위협받거나 자산을 압류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