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4일간 10번 때린 이준석…민주 "혐오 정치인"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장애인 이동권과 교육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에 대해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시위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건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출근길 시위에 동참해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헌법상 평등권에 속한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해당 단체의 요구사항은 이미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 예산과 탈시설 예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조건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중단하라.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의 요구 사항은 100% 관철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10번이나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서울시민 불특정 다수를 볼모 삼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이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미 서울 지하철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는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힘써 왔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59초 쇼츠 영상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 예산 보장을 가장 크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들쑥날쑥한 장애인의 이동권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서울시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은 1298억원에 달했지만 2020년 기준 충청남도는 33억원에 불과했다. 전장연 측은 "구체적으론 기획재정부가 교통약자법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보조 비율을 국비 70%, 지방비 30%로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인권리 4개 법안의 수용도 촉구하고 있다. 4개 법안은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특수교육법 등이다.

서울 지하철은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는 등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대선 공약집에서 장애인,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그는 "헌법 34조5항은 신체장애자와 질병 등 기타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있다"며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건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고 여야와 정부는 이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매우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는 장애인 단체가 요구한 특별교통수단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 이동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전장연과 관련된 글을 페이스북과 발언을 통해 주요 사실관계를 왜곡하는가 하면, 장애인 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주장도 서슴없이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간의 성별, 지역, 나이, 이념 등의 '혐오 조장'도 모자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 타깃'을 설정한 것인가"라며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또 시도하고 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할 사람 바로 이 대표"라고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하철 역사에서 벌이고 있는 이동권 예산 보장을 위한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한 김 의원은 출근 중인 시민들을 향해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을 여러분들이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번 현안에 대한 질의에 말을 아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자리에서 "당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원내로 질문을 부탁드린다"면서 "장애인의 교통 편의나, 이동권 관련한 당선인의 말씀이 인수위에서 어떻게 좀 더 구체화될지는 별도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