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는 왜 장애인 단체와 다투나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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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이 대표를 맹공하고 나섰고, 같은 당의 김예지 의원은 안내견 조이와 함께 시위 현장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대신 사과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SNS에 장애인 시위 관련 글을 처음 올린 것은 지난 25일. 그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소속인)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올린 또다른 글에서는 "서울시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이미 93.0%이고 올해 계획대로면 94.9%가 된다"며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삼는 시위가 지속될 경우 제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전장연 여러분은 스스로를 지하철 이용하는, 그리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의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할 시민들로부터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비판의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다음날 올린 글에서는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에 있다"면서 자신을 여성·장애인 혐오자로 몰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혐오를 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모순이 제기되었을 때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언더도그마란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 견해나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로,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를 말한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약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장애인은 약자이므로 무조건 선하다는 논리로 비판을 외면하고 프레임 전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급기야 2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장연을 '비문명'과 '불법'으로 몰아세웠다. 이 대표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잖은 허점이 있다. 박원순 전 시장 때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현재의 시장한테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왜 나쁜가. 시장의 소속 정당이 장애인들의 요구와 무슨 상관인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었다고 하지만 드넓은 역사에 비해 수가 적어서 장애인들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 여전히 불편한 게 현실이다. 다리가 아파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보니 실제로 그랬다.
언더도그마를 들고 나온 건 정말 심했고, 부적절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약자라고 다 선한 것도 아니고 특정집단이 다 옳거나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집단에서의 일부가 행한 부적절한 언행(예를 들면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한다는 시민에게 시위 중인 장애인이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한 것처럼)을 이유로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더욱이 장애인들이 언더도그마를 악용하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시위 중인 장애인들을 '비문명적' 집단으로 몰아간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주장처럼 장애인들이 이동권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탈시설 문제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을 향해 극단적 언사를 표출하는 건 공당의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제1 야당의 대표가, 곧 여당의 대표가 될 사람이 왜 뜨거운 논란꺼리가 될 것임이 분명한 일에 직접 나섰느냐는 점이다. 이런 논란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지하철 3, 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 다수는 장애인들의 시위로 여러 번 불편을 겪었고, 속으로는 화도 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겉으로 화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 해결되기를 기원하면서 참는다. 정치인이라면 섣부른 언사로 갈등을 키울 게 아니라 어떻게든 설득하고 해법을 마련해서 시민들의 불편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하는 건 아닌가.
서화동 논설위원
이 대표가 자신의 SNS에 장애인 시위 관련 글을 처음 올린 것은 지난 25일. 그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소속인)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올린 또다른 글에서는 "서울시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이미 93.0%이고 올해 계획대로면 94.9%가 된다"며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삼는 시위가 지속될 경우 제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전장연 여러분은 스스로를 지하철 이용하는, 그리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의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할 시민들로부터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비판의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다음날 올린 글에서는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에 있다"면서 자신을 여성·장애인 혐오자로 몰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혐오를 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모순이 제기되었을 때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언더도그마란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 견해나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로,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를 말한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약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장애인은 약자이므로 무조건 선하다는 논리로 비판을 외면하고 프레임 전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급기야 2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장연을 '비문명'과 '불법'으로 몰아세웠다. 이 대표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잖은 허점이 있다. 박원순 전 시장 때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현재의 시장한테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왜 나쁜가. 시장의 소속 정당이 장애인들의 요구와 무슨 상관인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었다고 하지만 드넓은 역사에 비해 수가 적어서 장애인들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 여전히 불편한 게 현실이다. 다리가 아파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보니 실제로 그랬다.
언더도그마를 들고 나온 건 정말 심했고, 부적절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약자라고 다 선한 것도 아니고 특정집단이 다 옳거나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집단에서의 일부가 행한 부적절한 언행(예를 들면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한다는 시민에게 시위 중인 장애인이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한 것처럼)을 이유로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더욱이 장애인들이 언더도그마를 악용하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시위 중인 장애인들을 '비문명적' 집단으로 몰아간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주장처럼 장애인들이 이동권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과 탈시설 문제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을 향해 극단적 언사를 표출하는 건 공당의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제1 야당의 대표가, 곧 여당의 대표가 될 사람이 왜 뜨거운 논란꺼리가 될 것임이 분명한 일에 직접 나섰느냐는 점이다. 이런 논란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지하철 3, 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 다수는 장애인들의 시위로 여러 번 불편을 겪었고, 속으로는 화도 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겉으로 화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 해결되기를 기원하면서 참는다. 정치인이라면 섣부른 언사로 갈등을 키울 게 아니라 어떻게든 설득하고 해법을 마련해서 시민들의 불편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하는 건 아닌가.
서화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