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꿈꾸는 아이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 myunghwan_cho@worldvision.or.kr
얼마 전 사무실로 찾아온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 후원 아동이던 두 청년이 의사와 변호사의 꿈을 이루고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들을 응원해준 많은 후원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런 청년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청년은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의 장애 수당과 국가지원금으로 생활해야 했기에 학원이나 과외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으며 꿈을 더욱 크게 가질 수 있게 됐고 그렇게 노력한 결과, 국내 명문 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또 다른 청년은 원래 매달 후원을 하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부모님 사업이 부도가 나고 이혼하게 되면서 생활이 어려워져 거꾸로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게 됐다. 그러던 중 어떤 의사 후원자가 의대를 권유했고, 본격적으로 의사의 꿈을 꾸게 됐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고시에 합격해 지금은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며,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꿈을 놓지 않고 계속 달려나갈 수 있도록 힘이 돼주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미국인 후원자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단지 후원금뿐만이 아니라, 후원자가 항상 같이 보내오던 편지다. 후원자는 나에게 늘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물어봤고 어린 시절의 나는 소방관, 야구선수같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꿈을 말하다가 결국 교수의 꿈까지 갖게 됐다. 내가 이렇게 매번 다른 꿈을 말해도 그때마다 ‘너는 세계 최고의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게 후원자의 편지를 통해 꿈을 꾸게 됐을 뿐 아니라, 영어로 쓰인 편지를 보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호기심도 갖게 됐다. 언젠가는 미국에 가서 후원자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꿈꾸었던 것처럼 나는 미국 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수까지 됐다.

이처럼 어느 미국의 소시민이 보낸 작은 후원금과 응원이 담긴 편지는 소망이 없었던 가난한 어린이를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리더로 성장시켰고,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돕는 세계 최대 비정부기구(NGO)의 회장으로 이끌어줬다.내가 만난 청년들은 앞으로 꿈멘토로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을 알려주고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특강 등을 할 예정이다. 자신들이 받은 후원자의 사랑을 잊지 않고, 또다시 누군가에게 사랑으로 흘려 보내는 ‘나눔의 선순환’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길 기대한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꿈을 이룬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모여 마침내 좋은 세상을 이루는 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