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규제로 퇴출될 뻔한 '모다모다'…규개위가 되살렸다

염색샴푸 모다모다 무슨 일이

THB 성분 유전독성 논란에
국내에서 퇴출 위기 맞았지만
규제개혁위 "판매금지 재검토"
모다모다 '안전 입증' 시간 벌어

"독성 확인된 염색약 놔두면서
유해성 우려만으로 제품 막아"
머리를 감으면 모발이 염색되는 샴푸를 내놓았다가 국내 사업을 접을 뻔했던 모다모다가 기사회생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이 샴푸에 들어간 성분을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토를 권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사의 미국 이전까지 검토했던 모다모다는 국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학계에선 샴푸 출시 4개월 만에 규제 조치를 예고한 식약처의 결정이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사업 중단 모면한 모다모다

규제개혁위원회는 28일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식약처에 권고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열린 규개위 회의에는 모다모다 샴푸 개발자인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 식약처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의견을 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식약처에 ‘모다모다와 조율해 유해성 여부를 재판단하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모다모다는 국내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수’는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미국, 지난해 8월 한국에서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사진)를 출시했다.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출시 9개월도 안 돼 600억원가량의 매출을 냈다. 알레르기나 두드러기 반응으로 인해 염모제(염색약)를 쓸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저절로 염색이 된다고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하지만 제품 출시 반년도 안 돼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식약처가 해당 샴푸에 대해 의약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며 광고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어 식약처는 이 샴푸에서 염색 능력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을 화장품에 쓸 수 없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행정예고했다. 2020년 유럽에서 THB가 DNA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이다. DNA가 변이되면 암이 생길 수 있다. 이 고시가 발효되면 2년 뒤부터는 국내에서 모다모다 샴푸 판매가 금지된다. 이에 모다모다는 미국으로 본사와 생산시설 모두를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형평성 안맞아” vs “안전성 자료 미제출”

모다모다는 앞으로 2년6개월 안에 식약처가 납득할 만한 안전성 자료를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회사는 현재 안전성 시험을 하고 있다. 상반기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제품 출시 당시 확보한 피부 자극 시험 결과와 별도로 의약품 수준의 높은 안전성 데이터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추가 연구에서 THB가 독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제품 판매가 막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체 측은 안전성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식약처가 참고한 유럽 연구 결과에선 THB가 박테리아에서 DNA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인체 세포 실험에선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유럽 연구는 기존 염모제 성분과 THB를 장시간 머리에 도포한 실험으로, 다른 성분과 THB를 배합한 모다모다 샴푸를 썼을 때와는 실험 조건이 다르다”며 “지난주 자체 실험에선 박테리아에서도 유전 독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모다모다는 규제 잣대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오소-아미노페놀 등 일부 염색 성분은 국내에서 염모제로 쓰이는 것과 달리 유럽연합(EU)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배 대표는 “오소-아미노페놀은 독성 우려 수준이 아니라 실제 독성이 확인된 성분”이라며 “식약처가 독성 우려 성분은 사용을 막고 독성이 확인된 성분은 조치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모다모다가 안전성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 연구 결과뿐 아니라 관련 문헌과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사용 금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효용 고려 않은 성급한 규제”

일각에선 식약처가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고 규제를 내세웠다 퇴짜를 맞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특정 성분의 사용을 규제할 땐 독성의 정도와 함께 규제가 사회에 미칠 파급력까지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1급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에서 나오는 성분인 ‘2-클로로에탄올’의 경우 유럽에선 가공식품에서 0.1ppm 이하로 검출돼야 유통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이 수치의 300배인 30ppm 이하로만 검출되면 판매할 수 있다. 라면에 유럽 기준치를 초과해 이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인이 라면을 즐겨 먹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규제를 달리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용량을 제한하거나 경고문을 표시하는 등 다양한 규제 방식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사회적 효용을 상쇄해 규제할 만한 유해성이 있다고 입증하는 건 업체가 아니라 식약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현/이지훈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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