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관위는 왜 실패했나…정책반영 안돼 요식행위 그쳐

예산집행권 없고 '권고안'만

"쓴소리하면 靑 참모 불편해 해
대통령이 챙겨야 관료 움직여"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민관합동위원회가 설립됐다. 민간의 애로사항을 정부가 잘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로 민간의 목소리가 제대로 정책에 반영된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민관이 함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기 위원장엔 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사진)을 앉혔다.

각 부처 장관들은 장 의장 외에도 분야별 유수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위원들과 정례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9년 대정부권고안, 규제 해커톤 등 유의미한 시도도 있었지만 예산집행 권한이 없어 정책화되지 못했다. 위원회에서 각종 토론 끝에 나온 다른 결과물들도 대부분 권고안에 그쳤다.

장 의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4차위는 민간과 의견을 충분히 나눌 수 있지만 위원회에 고유한 권한이 없어 각종 현안을 당·정·청 구조에서 풀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청와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답답함도 드러냈다. 그는 “청와대 참모 중 저의 쓴소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위원회가 정책 의사결정을 하고 부처 예산집행까지 이어지려면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위 2기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으니 갈수록 위원회 전체가 동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위원회 의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장관이 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듣는 등 정부가 나서서 위원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