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詩 외길' 최문자, 생애 첫 산문집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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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발간등단 40년을 맞은 최문자 시인(79)이 신작 시집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민음사)와 생애 첫 산문집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난다·사진)를 같이 펴냈다.
3년 만에 신작 시집도 선보여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한층 깊어진 시인의 사랑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죽음과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이 중심에 자리한 가운데 시인은 이를 성찰하고 숙성해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킨다.‘단추들이 열리고 무엇이 사소하게 사라지는 것이라고/죽음을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다/남편은 산 바깥으로 공을 넘기고 있었다/나는 죽음을 왜 자꾸 산맥이라 부르고 싶은가?’(‘공을 이해하기’ 중).
시집에 실린 시 곳곳에 남편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담았다. 하지만 시인은 허무에 빠지지 않는다. 더 큰 사랑으로 이겨낸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적 사랑으로 승화한다. 그리고 신이라는 종교적 층위까지 넘나든다.
산문집에서 그는 ‘여덟 살 거지 소녀’였던 경험을 들려준다. 6·25 전쟁이 터진 직후였다. 피란길에 가족과 헤어진 그는 충북 청원군 현도면 양지리라는 곳에서 밥을 빌어먹었다. 9개월 만에 어머니와 재회했지만 어머니는 서울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 동네에 좋은 집을 샀다. 자기 딸이 거지가 아니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인은 “이곳은 도시적 삶을 살면서도 나의 시가 시골스러운 정서와 자연에 대한 서정을 갖게 한 중요한 모티프였다”며 “고향은 아니었지만 고향 이상의 문학적 토양이 되는 곳”이라고 했다.
폐암에 걸려 폐의 3분의 1을 잘라낸 경험,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도 들려준다. “한 편의 시를 여러 번 깊이 읽었음에도 여전히 단일한 의미, 단일한 해석이 내려진다면 그 시는 비밀을 갖지 못한 것”이라고 시에 대한 생각도 말한다.1982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등단한 그는 아홉 권의 시집을 내고 한성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신석초문학상 등을 받았다. 협성대 총장을 지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