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위닝·유희왕…코나미, 대중적 게임으로 20년전 고점 회복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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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신작 흥행에 올해 주가 40%↑※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주 한 가지 일본증시 이슈나 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에는 일본 게임회사 코나미홀딩스(코나미·종목번호 9766)을 분석합니다.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노래에 맞춰 댄스댄스레볼루션(DDR)의 발판을 밟고 있다. 2000년도 삼성그룹의 신임 임원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삼성은 임원들에게 신세대 문화를 직접 경험해야 한다며 DDR을 교육프로그램에 넣었다. 그해 주부들은 비만클리닉에서 DDR을 했고, 노인들은 탑골공원에서 스텝을 밟았다. DDR은 세대 통합을 이뤄낸 전무후무한 게임으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다.대중적 게임이 지닌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은 코나미홀딩스(9766)의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이 성공하면서 주가가 벌써 40% 올랐다.
DDR·위닝·유희왕 등 IP덕에 실적 안정적
NFT진출 등 신사업진출·새 IP 기대감도
◆시류 빨리 읽어 50년 생존…올핸 유희왕 신작 흥행
28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코나미(종목번호 9766)는 전거래일 대비 0.13% 오른 7740엔에 장을 마쳤다. 닷컴버블(2001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유희왕 마스터듀얼이 출시 한 달도 안돼 누계 다운로드수가 1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성공을 거둔 덕이다. 이 게임은 유희왕이라는 유명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으로, 카드 뭉치를 구성해 서로 겨룬다. 유희왕 시리즈 전작에 비해 규칙이 쉬워지고 연출도 좋아졌다는 평이 다수다. 좋은 카드를 얻으려면 과금이 필요하나 게임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 호실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코나미는 1969년 세워진 세계적 게임사다. 처음엔 쥬크박스를 렌탈·수리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1979년 아케이드게임 '스페이스인베이더'의 흥행에 편승해 모방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게임업에 진출했다. 시작은 모방이었지만 이후 남극탐험, 써커스찰리 등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오락실 게임을 제작하며 굴지의 게임사가 된다. 콘솔게임으로 유명한 메탈기어시리즈, 리듬게임의 지평을 연 DDR, 스포츠게임의 대표격인 위닝일레븐시리즈 등이 모두 코나미의 작품이다.코나미는 시장의 관심을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1990년대 스티커사진의 유행으로 여성의 오락실 방문 횟수가 늘자 코나미는 리듬게임을 통해 여성 이용자를 사로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 DDR을 만든 이유다. 또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에 창의성을 덧붙여 흥행성을 잡을 줄도 알았다. 영화 '람보2'가 흥행하자 코나미는 전쟁 관련된 소재로 게임 제작에 나섰고, 그렇게 나온 게 메탈기어시리즈다. 시류를 빠르게 읽을 줄 알다 보니 일본 게임업체로선 드물게 모바일 전환도 빨랐다. 2000년 연애 시뮬레이션게임 '도키메키메모리얼'을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면서 모바일게임에 진출했다. 1970년대 아케이드게임 시대에서 1980년대 콘솔게임의 시대로, 또 2000년대 모바일 시대로 게임업계의 패러다임이 끊임없이 바뀌었음에도 살아남은 이유다.◆IP덕에 꾸준한 실적…증권가 목표가↑
강력한 IP 덕에 꾸준한 실적을 자랑한다. 닌텐도가 마리오라는 하나의 IP로 여러 시리즈물을 만들어 끊임없이 이익을 창출해내듯, 코나미도 유희왕과 위닝일레븐 등 기존 IP를 활용해 매년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완전히 새 IP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에 실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작다.코나미의 지난해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매출은 2910억엔, 영업이익은 735억엔으로 2018년 기록한 사상 최고 실적(영업이익 기준)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닝일레븐 2021, 유희왕 듀엘링크스, 실황파워풀 프로야구 등 디지털엔터테인먼트사업(매출의 72%)의 호조가 실적에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코나미는 오락실게임기와 카지노 슬롯머신기도 만들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이 분야 매출이 흑자전환했다.연초 이후 가세한 각종 모멘텀은 주가를 더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코나미를 비롯해 강력한 IP를 가진 게임업체들이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진출 호재도 있었다. 코나미는 지난 1월 악마성드라큘라 시리즈로 총 14개 종류의 NFT 아이템을 발행했는데, 이를 통해 총 1800만엔의 매출을 올렸다. NFT 전매로 인한 수수료도 얻을 수 있어 향후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증권가에선 잇따라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JP모건은 목표주가를 7000엔에서 8500엔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고, 지난 18일 미즈호증권은 목표주가를 9100엔에서 9200엔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코야마 다케시 미즈호증권 선임연구원은 향후 3개월 동안 △e풋볼의 재출시로 모바일버전 수익 회복 △유희왕 크로스듀얼(앱) 서비스 개시 △E3 게임쇼에서 새로운 글로벌 IP 발표 가능성 등 3개의 촉매가 있다고 짚었다. 코야마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이 견조할 것이라는 기대에 더해 올 여름까지 3개의 촉매가 실현되면서 주가 상승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