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봄, 주가는 겨울…"IT주, 지금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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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에도4월 실적 시즌을 앞두고 정보기술(IT) 업종의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둔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로 IT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IT 업종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과 시장 전반으로 봤을 때 여전히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분기 실적 선방 가능성
LG전자·삼성전기·대덕전자 등
주가 바닥 수준이라 부담 적어
일각 "리오프닝株보다 매력 부족"
전쟁 리스크에 중국 우려까지
IT 업종 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전자는 올 들어 29일까지 13%,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17% 하락했다. ‘애플 밸류체인’에 속한 LG이노텍만 7% 오르며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LG전자 러시아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루블화 평가 절하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중국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스마트폰 부품 업종에는 부담이다. 최근 중국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위해 상하이 봉쇄라는 극약처방에 나섰기 때문이다. 애플도 수요 둔화 우려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내수 경기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봉쇄령까지 내려지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위축됐다”며 “애플은 이달부터 중국 판매량이 미국 판매량을 넘어섰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커진 만큼 애플 밸류체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SE 공급업체들에 초기 주문량의 약 20%인 200만~300만 대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주가 바닥 다질까
일각에서는 4월 어닝 시즌에 전기·전자 업종이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대치가 한참 낮아진 상태에서 실적은 그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LG전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84배, LG이노텍 9.21배, 삼성전기는 10.22배 수준이다.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T 수요가 1분기에는 아직 우려만큼 크게 꺾이지 않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IT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LG이노텍, 삼성전기, 대덕전자 등의 1분기 실적이 돋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전기의 경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부품인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업황에 주가도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공급 부족으로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 돈을 벌고 있지만 이 가치가 주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권 연구원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 호황으로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 관련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며 “주가가 오른 LG이노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닥 수준까지 내려와 있는 만큼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실적 모멘텀 여부가 관건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나 그보다 작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장 사업의 흑자 전환 여부다. 김 센터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의 손익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전망”이라며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2분기에 흑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분기 전장 사업에서 얼마나 적자 폭을 줄이느냐도 ‘이익의 질’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반면 낙폭과대 성장주가 많은 상황에서 IT 업종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현재 리오프닝 관련주와 배터리 등 낙폭 과대 성장주가 순환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IT 업종의 상대적 매력이 이들 종목보다 높다고 판단할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