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리빙으로 영역 넓히는 명품 커머스들...'전문몰(mall)'에서 '슈퍼앱'으로 변신하는 속사정[한경 엣지]

발란은 골프, 머스트잇은 가전
특화 대신 몸집 키우기 나서
"거래규모 늘리려는 목적" 지적도
e커머스 업계에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몰인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와, 하나의 앱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모두 제공하는 슈퍼앱(Superapp)입니다. 예시를 볼까요. 슈퍼앱인 야놀자는 숙박 플랫폼이지만 교통과 레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지요. 버티컬 커머스의 대표주자는 브랜디입니다. 여성 패션 앱 브랜디 외 남성 앱 하이버, 육아앱 마미 등 분야마다 특화된 앱을 운영합니다.

버티컬 커머스는 코로나19 초기 온라인 쇼핑 시장이 팽창하며 부상했습니다. 창업 부담이 덜했고, 한 상품군에 집중하는 만큼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앱 수십 개를 다운받을 만큼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잡화상 같은 종합몰들이 과연 특색을 갖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지요.그런데 버티컬 커머스들이 최근 슈퍼앱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패션 앱들은 뷰티로, 명품 커머스들은 가전과 골프 등 고가 상품군으로 영역을 확장중입니다. 컨슈머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거래규모를 키워 스타트업 중에서도 자금을 유치하려는 의도입니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은 지난 23일 프리미엄 골프 전문관을 열었습니다.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 등 2030 골퍼들에게서 인기있는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습니다. 골프를 시작으로 뷰티와 주얼리, 리빙 등 상품군을 확장하며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이 되는 것이 발란의 목표입니다.

명품 커머스 머스트잇에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모레퍼시픽과 코오롱FnC 등 프리미엄 가전과 뷰티,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했습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뷰티와 리빙 등 상품군을 늘리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거래금액이 전년 대비 200% 증가했습니다. 명품 소비 트렌드가 다각화되며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머스트잇의 설명입니다.패션 플랫폼들도 뷰티와 명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말 명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를 오픈했습니다. 여성패션 앱 에이블리는 뷰티 부문을 키우는 중이지요.

표면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투자를 받기 위한 거래규모 불리기라는 것이 플랫폼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거래규모는 소비자가 앱에서 결제하는 금액의 합입니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번 결제할 때의 금액인 객단가를 키워야 합니다. 객단가를 키우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상품군을 늘려 소비자들이 한 앱에서 여러 제품들을 장보기식으로 쇼핑하게 만드는 거지요. 단가가 높은 가전과 명품,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은 제각기 이점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거래규모는 중요한 투자지표로 인정받습니다. 매출은 플랫폼이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지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대부분 앱들이 적자를 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명품 커머스를 포함해 플랫폼들이 수십억원대의 TV광고를 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발란은 지난해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쓴 이후인 10월 3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현재 대기업 한 곳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선정, 투자 관련 실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투자에서 기업가치가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합니다. 명품 커머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거래금액은 3527억원으로 전년(2514억원) 대비 40%가량 커졌습니다.

다만 거래규모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보다 단기적인 덩치 불리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란과 명품 커머스 트렌비는 지난해 TV광고비로 최소 55억원, 52억원을 각각 쏟아부었지요. 이로 인해 반짝 유입된 신규 고객 중 몇 퍼센트가 충성 고객으로 남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신규투자를 유치하기 전 100명 이상의 대규모 공채를 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사례가 스타트업에서는 흔하다”며 “지속 가능한지,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서비스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투자를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한국경제신문의 실리콘밸리·한국 신산업 관련 뉴스레터 한경 엣지(EDGE)를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hankyung.com/newsletter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