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라이트] '빌보드 1위' 스트레이 키즈, JYP 최초·최고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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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라이트]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을 찍었다. K팝 아티스트 사상 3번째 쾌거이자 JYP엔터테인먼트 내 최초, 최고의 성적이다.
아티스트 비춰보기 '스타+스포트라이트'
스트레이 키즈, '빌보드 200' 1위 차지
전작 '노이지' 이어 '오디너리'로 또 성장
자체 프로듀싱돌 강점…뚜렷한 그룹 색
JYP 미국 진출 핵심 동력으로 '우뚝'
미국 빌보드는 29일 스트레이 키즈의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ODDINARY)'가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에 음원 다운로드·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를 합산한 차트다. '오디너리'의 판매량 지수는 11만장으로, 이 중 실물 음반 판매량은 10만3000장이다. 이는 올해 발매된 앨범 중 실물 판매량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팬덤 화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차트이기도 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중성과 거리가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분명한 점은 미국 내에서 급성장한 K팝 팬덤의 규모까지 부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스트레이 키즈에 앞서 방탄소년단, 슈퍼엠이 해당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데, 특히 방탄소년단은 다섯 번이나 정상을 찍었다.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거두어들인 성과다.
스트레이 키즈는 음악성 측면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획일적인 제작 방식으로 '공장식'이라는 편견이 따라붙은 K팝 시장에서 '자체 프로듀싱돌'로 존재감을 굳혔다. 멤버 방찬, 창빈, 한으로 구성된 팀 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를 주축으로 전 멤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자신들만의 음악 색을 공고히 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내에서는 이례적인 그룹으로 꼽힌다.이들의 장르는 '비주류'로 통했다. 독특하고, 강렬하고, 도전적이었다. 멋있어 보이기만 하는 음악은 스트레이 키즈의 취향이 아닌 듯했다. '신메뉴(神메뉴)', '백 도어(Back Door)', '미로(MIROH)', '마이 페이스(My Pace)', '소리꾼' 등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강렬하다 못해 폭발적이고 화끈했다. 자연스럽게 '마라맛 장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무대가 부서질 듯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퍼포먼스 또한 압도적이다.
자칫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악이었지만, 스트레이 키즈는 뚝심 있게 자신들의 길을 고수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도 (좋은 의미로) 손을 뗀 그룹이다. 그만큼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알고 다듬어갈 줄 아는 팀이기 때문이다.
'오디너리'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박진영) PD님이 '너희만의 색으로 나아가도 된다'면서 늘 믿어줘서 감사하다.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 음악을 늘 믿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느껴져 뿌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아이돌 그룹이 팀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프로듀싱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점 중에서도 강점이라는 걸 증명해낸 스트레이 키즈다. 전작 '노이지(NOEASY)'로 JYP엔터테인먼트 최초 밀리언셀러 아티스트가 됐던 이들은 '오디너리'로 또 한 번의 밀리언셀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 커리어 하이를 거듭해온 끝에 '빌보드 200' 데뷔와 동시에 1위라는 JYP 최초, 최고 기록도 세웠다.
JYP로서도 의미 있는 성과다.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가수 비를 통해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후 임정희, 지소울, 그룹 미쓰에이 출신 민, 원더걸스 등 소속 가수들의 미국 진출을 거듭 도모해왔다. 과거 민과 백예린, 지소울을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 보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팝 시장의 벽은 높았다.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린 끝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은 원더걸스 때부터였다. 원더걸스는 2009년 '노바디'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영이 미국에서 원더걸스를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돌렸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비 또한 "스승님인 박진영이 맨해튼 한복판에서 뛰어다니면서 내 곡을 팔 때 '굳이 저렇게 안하셔도 되는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가요기획사들이 아시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박진영은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불신의 눈초리도 많았다.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하지만 K팝 3세대 시장에서 미국 진출의 승기를 먼저 잡은 건 방탄소년단을 배출해낸 하이브, 엑소·샤이니·NCT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있는 YG엔터테인먼트 등이었다. JYP에서는 대형 걸그룹 트와이스가 주축을 담당했지만 미국보다는 아시아권에서 더 큰 인기를 누렸다.그러다 최근 JYP가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속 아티스트들이 현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데뷔 후 첫 영어 싱글 '더 필즈(The Feels)'를 발표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진입했다. 여기에 4세대 그룹인 있지의 활약이 더해졌다. 있지는 지난해 10월 정규 1집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로 '빌보드 200' 11위를 기록했다. 이어 트와이스도 같은 해 11월 정규 3집 '포뮬러 오브 러브: O+T=〈3'(Formula of Love: O+T=〈3)'로 '빌보드 200' 3위에 올랐다.이러한 상황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1위는 더없이 중요한 동력이 됐다. 진작에 스트레이 키즈를 향한 관심은 미국에서 특히 도드라졌던 바다. 이달 북미 현지 법인 JYP USA를 설립한 JYP는 이 같은 아티스트들의 활약에 힘입어 더 공격적인 해외 진출 공략들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