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쓴소리' 먹혔나…확 달라진 잠실야구장

27억 들여 40년 만에 시설 개선

악명 높던 원정팀 공간 두배↑
라커룸·사물함·샤워실 등 늘려
계단 안전장치 강화·좌판 교체

市 "KBO 요청과 박찬호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 의견 반영"

새롭게 단장한 라커룸

다음달 2일 ‘한국프로야구 KBO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잠실야구장이 대대적인 정비를 마쳤다. 한국 야구계의 ‘40년 숙원’으로 꼽히던 원정팀 이용 공간과 관람석 등 시설 전반이 더욱 쾌적하게 개선됐다.

서울시는 총 27억원을 투입해 잠실야구장 시설을 개선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우선 원정팀 선수단 공간이 확 달라졌다. 원정팀 선수 이용 시설이 기존 100㎡에서 232㎡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샤워실은 8㎡에서 36㎡로 네 배 이상 확대됐다. 탈의실과 식당 등을 확장 개·보수하고 물리치료실과 사물함이 있는 코치실도 새로 만들었다.

1982년 지어진 잠실야구장은 40년 동안 원정팀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선수들의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라커룸이 부족해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었고 샤워실도 열악했다는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시설 개선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요청과 추신수 선수 등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의 쓴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처음 밟은 추신수(SSG 랜더스)는 잠실야구장을 사용한 뒤 “원정팀이 왜 실내 배팅 케이지(타자가 타격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조차 없이 야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한화 이글스 복귀 직후 잠실야구장에 대해 “문화 충격을 받았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시는 이번 개선 때 노후화로 탈색된 관람석 일부(3560석)의 등·좌판을 바꿨다. 관람석 계단과 통로 바닥에 내구성·기능성이 뛰어난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적용했다.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 경기 중 선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더그아웃(선수 대기장소)과 내외야 안전 펜스도 전면 교체했다. 전광판 시스템도 개선해 초고화질 영상을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 방송설비, 운영 장비 등을 전면 교체해 관람객이 전광판으로 더 선명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