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파리 배경…낯선 만남·이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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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파트릭 모디아노201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신작 《잠자는 추억들》(문학동네·사진)이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두문불출하던 모디아노가 노벨상 수상 후 펴낸 첫 작품이다. 데뷔작 《에투알 광장》 이후 28번째 소설이다.
신작 '잠자는 추억들' 출간
모디아노는 파편화된 기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2의 마르셀 프루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주인공이 홍차와 마들렌 향기를 맡고 기억을 되살려내듯, 이 소설의 주인공 장 D.는 우연히 《만남의 시간》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50여 년 전 10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특별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다. 1960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이야기한다. 14세 때 아버지 지인의 딸을 만나기 위해 그 집 앞에서 기다렸던 기억, 17세 때 기숙사를 뛰쳐나와 어머니의 아파트에 갔다가 만난 미레유 우르소프라는 여자와 한동안 같이 지냈던 일, 19세 때 서점에서 준비에브 달람이라는 여자를 만난 이야기 등이다. 그러다 20세 때 있었던 한 남자의 살인사건을 떠올리는데 이마저도 물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이 소설은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의 감독과 보호에서 벗어난 미성년자 장 D.는 홀로 도시를 배회하며 우연한 만남에 노출된다. 상대는 대부분 또래 혹은 연상 여성이다. 어머니의 대역을 찾아 헤맸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낯선 만남은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며, 화자는 자꾸 상대를 따돌리고 회피하려 애쓴다.
주인공 장 D.는 작가 모디아노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1945년에 태어났다. 연극배우인 어머니를 뒀고, 부모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김 교수는 해설에서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다수 삽입된 일종의 오토픽션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