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 물꼬 트이나…윤석열 측 "문 대통령 협조 언급, 국방부 움직일 것"

文·尹 청와대 회동 이후…

인수위·관련부처 곧 실무협상
'안보공백·예비비' 등 접점 모색

민주 "안보 우려 해소땐 반대 안해"
예산 짜도 '5월10일 이전' 힘들수도

MB사면은 의제에서 빠져
장제원 "대통령 결단 사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 이후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이 관련 예산 편성 등에 대해 조만간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가 우려하고 있는 ‘안보 공백’ 문제가 협의 과정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尹측 “국방부·합참의 레이아웃 나올 것”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9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현 대통령이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세밀한 레이아웃이 나온다”며 “예산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그동안)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공무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이 전날 윤 당선인과 만나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국방부 등이 조만간 관련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 지역의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며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그동안 정부에 청와대 이전을 위한 예비비 496억원 편성을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동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청와대와 군의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나서서 협조 의사를 밝힌 만큼 인수위, 국방부 등이 조만간 관련 실무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위기센터 이전 문제가 변수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는 ‘안보 공백’ 문제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윤 당선인 임기가 시작하는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센터 이전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차기 정부 또는 인수위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안보 불안이 조성되지 않는 방법으로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안보 태세에 대한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협의 결과가 도출되면 예비비 편성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국방부와 합참 이전 비용은 국방부에서 각각 산출해 비공식적으로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받아놨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5월 10일을 다소 넘기는 시점으로 양측이 이전 시기를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윤 당선인은 인수위가 꾸려진 ‘통의동 집무실’을 일정 기간 추가로 사용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근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MB 사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게 인수위 측 설명이다. 장 실장은 사면 문제와 관련해 “사면은 조율할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라며 “우리가 제안해도 대통령이 안 받으면 안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분들에 대해서 사면하고, 우리는 집권하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사면과 관련해 양측 간 협의가 벌어질 가능성도 일축했다. 장 실장은 “사면은 물밑에서 (논의) 할 문제는 아니다”며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밀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