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술대 오르는 임대차 3법, 여당도 진지하게 임해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 전·월세신고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이 본격 수술대에 오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법들을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임대차 3법이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인데, 옳은 방향이다.

임대차 3법의 핵심 내용은 세입자가 원할 땐 전·월세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게 하고, 그럴 때 임대료는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하며, 계약 30일 이내 전·월세 관련 정보를 신고하도록 한 것 등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7월 전·월세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야당과 전문가들의 수많은 경고를 묵살하고 이 법안들을 강행 처리했다.태생부터 반시장적인 이 법들은 전세 매물 품귀, 전셋값 폭등, 이중 가격 형성, 전세의 월세화 등 숱한 부작용을 초래해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전세 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2016~2019년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전셋값은 최근 2년간 23.8%나 치솟았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4억6458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억3362만원으로 1억7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실수요자 보호 취지는 어디 가고 이들의 고통만 더 가중하는 꼴이 됐다.

올 들어 전세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고 하지만,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올 7월부터가 걱정이다. 갱신권을 한 차례 사용해 가격 인상 제한이 없는 전세 물건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크게 높일 가능성이 커 또 한 번의 혼란이 우려된다. 폐단이 커지기 전에 한시바삐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여당이 반대하는 것은 몰염치하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폐지할 법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설익은 정책 실험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안긴 데 대해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인수위가 일거에 폐지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여당이 과반 의석(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 만큼 여당도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임대차법 손질에 나서야 한다. 외곬 정책 코드를 교리처럼 여기고 끝까지 반대만 한다면 민생정당을 외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