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년째 개점휴업중인 에너지얼라이언스

창립은 했지만 사무국조차 없어
보여주기식 협의체 더는 안 돼

남정민 산업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에선 ‘그게 아직도 있어?’라고 할걸요.”(에너지얼라이언스 참여 기업 관계자)

지난해 4월 야심 차게 출발한 에너지협의체 ‘에너지얼라이언스’의 초라한 현주소다. SK E&S 현대자동차 포스코에너지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로 구성된 에너지 민간협의체인 에너지얼라이언스는 1년 전 출범 당시 경제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출범식에는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했고 산업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정식 법인도 출범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서 축사도 했다. 성 장관은 “앞으로 에너지얼라이언스가 중심이 돼 정부 및 관련 기업과 긴밀한 소통을 해달라”고 말했다.에너지얼라이언스가 출범하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는 것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협의체가 필요했고, 그 총대를 멜 기업으로 SK E&S, 포스코에너지 등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출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 결론적으로 에너지얼라이언스의 탄생은 의미 있는 이정표였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은 기업 한 곳의 역량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에너지 생산, 저장, 유통 등 밸류체인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출범식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지자 민간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출범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에너지얼라이언스는 사무국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치러진 공식 행사는 창립총회를 제외하고 지난해 9월 진행된 간담회 한 번이 전부다. 회원사도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12개사로 변함이 없다. 올해 잡힌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달 8일 예정된 총회 하나뿐이다. 그마저도 ‘특별한 목적이 있기보다는 총회를 한 번 할 때가 돼서’라는 전언이다.

일부 회원사는 오는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니 협의체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탈탄소는 여야 상관없이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민관 협력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에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민간과 정부가 손발을 맞추는 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점휴업 중인 에너지얼라이언스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탈탄소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출범’에만 그쳐버린 용두사미 협의체는 에너지얼라이언스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