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후 도입된 형사사건 공개금지…2년 반 만에 대수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비공개로 '권력 수사 방탄' 논란 촉발
법무부, 인수위 업무보고서 "폐지 포함해 개정 적극 논의"
언론의 검찰 수사 취재를 사실상 제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차기 정부에서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는 29일 법무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도입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수사·공소유지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피의사실·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기존에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수사 결재 라인에 있는 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공보를 맡았다.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동일했으나, 예외적 공개 여부는 담당자의 재량에 달려 있었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도입을 준비하던 당시는 새로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해당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에 당시 조 장관은 전임자인 박상기 장관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며, 새 규정은 가족 수사가 마무리되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 도입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도입 약 3개월만에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간 국회에서 요청하면 공소장을 제출해온 법무부는 해당 규정에 근거해 2020년 2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이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선별적인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무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공소 제기가 이뤄진 사건이라도 1회 공판기일 전까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검이 유출 경위를 감찰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후 규정을 개정해 공개 요건과 공개 가능한 범죄 유형을 구체화하기도 했으나,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한 공보는 여전히 제한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공소장 공개와 관련한 조항도 폐지를 포함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도 최근 규정 개정에 대해 "큰 뼈대를 유지한다면 현실에 맞게끔 손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국 사태' 이후 2년 넘게 적용되온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한 검찰 간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그동안 충분히 역할을 많이 했고, 이제 수명 다했다고 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