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추도 예배 참석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지팡이 짚고 등장

필립공 별세 1주기 앞둬…'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앤드루 왕자도 참석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남편 필립공의 추도 예배에 참석하면서 외부 행사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쳤다. 다음 달로 96세가 되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난 후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외부 행사 참석을 자제해왔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주로 윈저성에 머물며 화상으로 접견을 하거나, 주요 인사를 직접 만나 공무를 소화해왔다.

거동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지팡이에 의지한 채 차남 앤드루 왕자의 부축을 받고 좌석과 가까운 옆문으로 입장했다고 BBC 방송, AFP·AP 통신 등이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첫째 아들인 찰스 왕세자와 그의 아내 커밀라, 딸 앤 공주 등과 함께 첫 번째 줄에 앉았고, 앤드루 왕자와 에드워드 왕자가 그 건너편 맨 앞줄에 자리했다.

2001년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민사 소송에 직면했던 앤드루 왕자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피해자와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 지은 이후 처음이다.

45분간 이어진 이날 예배에서는 필립공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듣길 바랐으나 코로나19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찬송가 '전능하신 여호와여'(Guide Me, O Thou Great Redeemer)가 울려 퍼졌다.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과 소냐 왕비,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 등 외국 왕족 30여명도 예배에 함께했다.

필립공이 생전에 운영한 자선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청년 500명까지 포함하면 1천800여명이 한데 모여 필립공을 추모했다.

이날 예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조문객이 30명으로 제한됐던 필립공의 장례식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당시 장례식장에 홀로 앉아 있는 여왕을 촬영한 사진은 오랫동안 화제가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73년간 부부의 연을 맺어온 필립공은 지난해 4월 9일 100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영원히 잠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