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미루다 1위 놓칠수도"…'적과의 동침' 삼성, LG와 손잡나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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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쫓기고 LG에 치이고…OLED TV 출시 두고 고민하는 삼성글로벌 TV시장을 두 강자인 삼성과 LG의 동맹설이 전자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대형 OLED 패널을 납품 받는 시기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중국과 대만이 LCD TV패널 80% 생산…삼성 협상력 갈수록 떨어진다는 우려 나와
OLED TV 등 프리미엄 시장 더욱 중요해져
삼성전자가 OLED TV 패널 부족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을 지 업계 관심
삼성전자, 자체 생산 가능할 때까지 단기간 동안만 공급 원할 수도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조만간 TV용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는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측은 아직 공식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임박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CD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바짝 뒤쫓아 오는 만큼 하루 빨리 OLED TV 시장으로 넘어가야하지만, 계약 물량과 시점 등에서 여전히 LG디스플레이와의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다는 것 자체가 체면을 구기는 일일 수 있다는 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요인일 수 있다.
중국·대만이 전 세계 TV용 LCD패널 80% 공급
전 세계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매출 기준 점유율 29.5%로 독보적인 1위다. 하지만 제품 가격 1500~2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아직 TV용 OLED 패널을 양산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은 TV용 OLED 패널을 바탕으로 OLED TV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LCD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 세계 LCD TV 패널의 60%는 중국이, 20%는 대만이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V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계속해서 지키려면 TV 패널 공급 업체들과의 관계에서 가격과 물량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는 중국·대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LCD TV 패널을 공급하던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라인 철수 계획을 잠시 미룬 것도 이런 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OLED TV 출시 미루다 1위 놓칠 수도"
OLED TV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OLED TV 시장 확대를 본격화할 생각으로 북미 시장에서부터 QD-OLED TV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OLED 패널이다.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백색 OLED 기반인 LG디스플레이의 WOLED와 구분된다. 일본 대표 가전업체인 소니도 올 6월 QD OLED TV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QD-OLED 패널양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TV용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 세계 TV 생산업체 대부분과 거래하고 있다. OLED TV 패널 출하량도 지난해 745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TCL와 샤오미 등 LCD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서둘러 OLED TV 생산에 나서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이 문제…자존심은 더 큰 문제
삼성전자가 그럼에도 아직까지 LG 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물량 납부 규모와 계약기간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안정적으로 QD-OLED 패널을 대량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때문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 공급을 받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한 물량만 단기간 동안 받으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디스플레이 입장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TV용 디스플레이 공급계약은 연간 단위로 맺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로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져가기 위해선 장기간 대량 계약을 맺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TV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삼성과 LG는 TV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서로를 견제하며 지내왔다. LG전자는 2019년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는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LG전자 내부에선 당시 자발광 기술을 적용한 TV는 LG전자에서만 생산하는데 삼성전자가 'QLED'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자발광 기술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불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곧이어 맞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올레드TV 광고에서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한다'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LG전자를 신고했다. 하지만 양 사 간 논쟁이 대표 기업 간 비방전으로 비치는 점 등을 감안해 2020년 5월에 두 회사 모두 신고를 취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굳이 그동안 경쟁관계로 있었던 LG로부터 OLED TV패널을 공급받아서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일을 만들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