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점찍은 '로봇 사업'…통신사 KT가 뛰어든 이유

KT, AI 방역로봇 2종 출시…자율주행하며 공기·바닥 살균
KT "플랫폼 강점 살려 고객 경험에 최선"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좋지만 고객들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KT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강점이 있습니다."
인정수 KT AI(인공지능) 로봇사업담당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제조사도 아닌 통신사인 KT가 로봇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 담당은 "KT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강점이 있다.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환영한다"고 귀띔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봇, 삼성봇 아이, 삼성봇 핸디 등의 로봇을 공개한 바 있으며 LG전자는 배송 등을 담당하는 서비스 로봇 '클로이'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박상목 KT AI 로봇 플랫폼 담당은 타사 플랫폼과 비교해 자사 플랫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현재 수준은 제한된 환경에서 누가 잘하는가 정도다. 실제 사업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환경 차이에 따라 최적화를 잘 할 수 있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봇시장 2.8조 전망...KT '방역로봇' 출시

KT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로봇 시장은 2025년 기준 누적 23만대의 로봇이 보급되고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로봇 위주에서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중심이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KT는 로봇사업을 단순한 제품 공급이 아닌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정의하고 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KT 인공지능(AI) 방역로봇은 수요 분석을 기반으로 개념부터 설계한 맞춤형 로봇으로, KT 로봇 서비스 플랫폼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이상호 KT AI 로봇사업단장은 "단순한 로봇 서비스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으로는 호텔, 케어, 방역까지 포함되며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로봇을 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과 KT의 플랫폼이 연결돼 기능을 잘 모르는 고객들까지 쓰기 편리한 경험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라고 강조했다.

AI 방역로봇 '플라즈마' 살균...공간 움직이며 방역

이날 KT가 선보인 AI방역로봇은 2종으로, 중소형과 대형이다. 방역 용량과 크기에서 차이가 있으나 모두 플라즈마, 자외선 파장(UVC) 살균과 공기청정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기존 방역활동은 방호복을 입고 사람들을 퇴거시킨 후 소독액을 분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KT의 AI방역로봇은 인체에 유해한 소독액 분사 대신,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바이러스를 99.9% 이상 살균하는 친환경 플라즈마 방식을 채택했다. 플라즈마 방식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방역할 수 있다.

또한 하단에 탑재된 UVC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비말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바이러스에 대한 동시 방역이 이뤄지며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생활 유해가스 등에 대한 공기 청정 기능도 제공된다.

AI로봇 기능도 충실하게 구현했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 기반의 안전한 자율주행, 자동충전 등의 기술을 적용해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공간 전체에 대한 상시 무인 방역이 가능하다. 또한 전국 네트워크 사업자인 KT의 강점을 활용, 24시간 지능형 관제로 원격 모니터링과 출동 등 선제적 고객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로봇 제어, 상태정보 확인, 방역 스케줄링과 결과 보고서까지 확인할 수 있다.우성식 KT AI로봇사업추진팀 부장은 "고정형과 이동형 로봇을 비교해 시험기관에 의뢰했는데, 고정형 로봇의 살균력보다 이동형이 30% 정도 살균 소요시간을 단축했다"며 "이에 따라 저희들은 자율주행 이동로봇을 활용해 공간과 바닥을 살균하는 로봇을 출시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AI 방역로봇을 비롯한 KT AI 로봇 서비스는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KT 로봇 플랫폼 기반의 종합 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로봇 설치, 플랫폼 사용, 원격 관제, 매장 컨설팅, 현장 AS(사후 서비스) 출동, 전용보험 제공, 매장 네트워크 구축까지 지원한다.

인 담당은 "다음달부터 제품을 본격 출시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료를 낮추려 한다. 병원, 지자체, 공공기관, 유아 교육기관등이 타깃"이라며 "아직은 기업용이지만 가정용도 연구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