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당 3000억원' 초대형 Q클래스 LNG선이 돌아온다

탄소중립 달성 위한 '브릿지 연료'로 LNG 수요 증가
20만㎥ 이상급 초대형 LNG운반선 발주 늘어나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빅3'만 건조 경험
기술 경쟁력 확보한 국내 조선사 수혜 기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브릿지 연료’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0년대 들어 수주가 끊겼던 20만㎥ 이상급 초대형(Q클래스) LNG운반선 발주가 재개됐다. 만들어본 업체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소위 ‘빅3’뿐인 선종이다. 척당 가격이 3000억원에 육박해 발주가 본격화되면 국내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수주 4척 중 1척이 초대형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들어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한 LNG운반선 8척 가운데 6척이 20만㎥급 초대형 LNG선이었다. 올들어 빅3가 수주한 전체 LNG선 23척 중 26%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만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6척을 수주해 빅3 전체 LNG선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했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LNG선의 크기는 운송 용량에 따라 컨벤셔널급(1만7500~18만㎥)과 Q-flex급(약 21만㎥), Q-max급(약 26만㎥)등 Q클래스로 나뉜다. 운송 용량이 20만㎥를 넘어서는 Q-flex급부터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된다. 2000년내 초반 카타르가 대규모 LNG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처음으로 발주가 이뤄진 선종으로, 카타르(Qatar)의 ‘Q’를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

Q클래스는 2000년대 후반까지 카타르를 중심으로 40여척이 발주된 뒤 10년 넘게 발주가 끊겼다. 한번에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어 기존의 13만~18만㎥ 규모 대형 LNG선에 비해 운송비 등 비용 경쟁력은 있었지만, 초대형 LNG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자체가 한정돼있다보니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빅3만이 건조한 경험이 있는 Q클래스 LNG선의 길이는 310~350m, 폭은 50m 이상으로 축구장 3~4개 크기다. 10년 넘게 대형 LNG선의 표준 선종으로 자리 잡은 17만4000㎥급에 비해 20~30% 가량 크다.

■LNG시대 도래에 다시 각광


지지부진했던 Q클래스 발주가 늘어나는 것은 LNG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징검다리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으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쉘에 따르면 지난해 3억8000만t이었던 글로벌 LNG수요는 2040년 7억t으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해상으로 운송되는 LNG로 대체되기 시작되면서 한 번에 많은 양을 옮길 수 있는 초대형선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6척의 초대형 LNG선은 카타르 등 중동 국가가 아닌 미국산 셰일 LNG를 운송하기 위해 발주된 선박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6년에 걸쳐 100척이 넘는 LNG선 발주를 예고한 카타르 역시 신규 선대 상당 부분을 초대형선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LNG 수요가 늘면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초대형선 접안이 가능한 항만 등 인프라 구축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LNG나 벙커C유 등 선박 연료 가격이 높아지면서 해운사 입장에선 비용 절감도 필요한 상황이라 효율성이 높은 초대형선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NG선의 대형화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빅3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업체가 수주한 20만㎥급 LNG선 6척의 가격은 척당 2800억~2900억원 수준이다. 2400억~2500억원 수준인 17만4000㎥급에 비해 400억원 가량 가격이 높다. 선박 규모는 커져도 건조 기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LNG선을 만들어본 경험은 국내 3사만이 갖고 있다”며 “초대형선 발주가 이어질 경우 그 수혜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