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회피하면 일자리 부족은 물론 국가재정도 악화"

일자리연대 '새 정부에 바란다' 토론회
김대환 前 장관, 김태기 교수 등 참석
"노동개혁은 단발성 아닌 로드맵 짜야"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 부족 심화는 물론 국가재정 약화까지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차기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전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단발성 기획이 아닌 지속적인 로드맵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주도하는 일자리연대는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 정부에 바란다-노동개혁과 일자리정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이날 토론회에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를 맡고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무송 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서강대 대우교수),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개혁, 정책의지와 실천방안'이라는 발제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어려움, 노동개혁 추진 시 유의사항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관련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제반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선 법치, 자치, 협치(사회적대화)가 균형적 발전을 이뤄야하는데 노동의 정치화가 이를 압도하면서 왜곡현상이 발생했다"며 "탈산업화, 세계화, 디지털 전환 환경에서 노동제도는 과잉 대표성과 과소 보호라는 이중의 한계를 노정했고, 주체들은 제 몫 찾기에만 빠져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보다 노동법 개정이 더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며 "14%의 노조 조직 근로자와 86%의 비조직 근로자 모두를 포용하는 노동개혁은 다양한 요구조건을 갖고 있어 타협과 절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도합 230만명이 넘는 양대 노총은 우리 사회 최대 이익단체이며 상호 견제와 경쟁을 하고 있어 노동개혁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관성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개혁 과제들을 회피하면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고용위기와 함께 시장 내 합리적 배분이 아닌 손쉬운 재분배 정책에 기대게 돼 국가재정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그 근거로 현 정부의 대규모 직접일자리 정책으로 재정위기와 함께 민간 일자리가 축소된 결과를 들었다.

이지만 교수는 '더 많은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정책적 제언:유연-안정성 정책으로의 전환' 발제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근로자 생계비에 준하는 최저임금 수준과 지불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결합한 정책으로 생계비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근로자 생계비 보장이라는 취지로 최저임금 인상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이 근로자 생계비에 못미치는 경우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일정 부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토론에서는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정 교수는 "현 정부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표방하면서 출범 4년만에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미명 하에 집단적 노사관계법을 대폭 수정하면서 그 기울기가 한층 심해졌다"며 "노동법의 가치에 기본권 보장에서 공정성 확보로 바뀌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전근대적인 입법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을 비롯해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직장점거 허용 등 노사형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을 맡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실무를 주도했던 임무송 고문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노동개혁은 단절적인 기획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지만, 이후 정부가 곧바로 '양대 지침'까지 밀어붙이면서 결국 노동계의 합의 파기로 이어진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