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고사한 안철수…내년 당권에 도전하나

"지방선거에도 관심 없다
당 지지기반 넓히는데 공헌
기득권 정당 인식 바꿔야"
< 安위원장, 주한미국대사 대리 만나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 대리와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경기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다만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에 공헌하겠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인께 본인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저는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을 좋게 그려드린 뒤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당선인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국정 운영 방향을 잡는 데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그는 그동안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전날 윤석열 당선인을 직접 만나 총리직에 뜻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경기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은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총리직으로 가거나 혹은 경기지사직을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의 개혁” “당의 지지 기반 확대” 등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특히 “당내 개혁의 가장 큰 힘은 국민이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며 “현재 양쪽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고, 그 부분을 불식시키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안 위원장은 “거대 양당 모두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지난 5년 동안 집권하면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고, 국민의힘 역시 국민의힘대로 일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그런 정당으로 인식돼 있었는데 그런 인식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권 도전을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까지니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1년 뒤면 한참 뒤고, 그동안 여러 가지 많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안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사실상 당권 도전의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후 당권을 얻고, 이후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의 성격상 오늘 발언은 사실상 ‘내년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라며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내년 당대표 자리를 통해 당 혁신을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총리가 된다면 정권 초기 예상치 못한 잘못 등을 책임지고 물러날 위험이 있고, 실권 없는 총리가 될 수도 있다”며 “정당에 남는 게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