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모던의 시대 우리집·철학자의 사랑법
▲ 측은한 청진기엔 장난기를 담아야 한다 = 이낙원 지음.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실 실장인 저자가 의사의 일상과 숙명,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는 "이 환자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만난 것이 나쁜 우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가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의학 지식으로 무장했더라도, 약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예상 밖의 사건으로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의사의 숙명을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의사는 질병과 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함,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측은함, 그리고 유머와 장난기를 지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난기 없는 측은함만으로는 삶이 처연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1세기북스. 248쪽. 1만5천 원.
▲ 모던의 시대 우리 집 = 최예선 지음.
누구나 꿈꾸던 '행복한 우리 집'은 아파트 단지 속 네모난 집 한 칸이 아니었다.

스케치북에는 넓은 창이 있는 경사지붕 벽돌집과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을 그렸을 것이다.

근대 건축을 답사하고 탐구해온 저자는 전통문화와 중국·일본·유럽이 뒤섞이고 변용된 '모던의 시대'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한옥과 다다미 접객실, 서양식 저택과 온돌 안방의 공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대다.

저자는 벽돌집·정원·도시한옥 등을 열쇳말로 모던의 감수성과 그 공간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옛것과 새것이 뒤섞이면서 전통도 서양도 아닌 절충적으로 변용된 형태. 모던 건축의 이러한 특징은 지나간 세계와 다가올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이 중간 형태는 삶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물로 우리 건축의 영역 안에 존재한다.

이런 장면은 살림집에서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
모요사. 384쪽. 2만8천 원.
▲ 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지음.
사랑에 관한 철학 에세이다.

멜랑콜리의 정조를 오래 연구해온 저자는 사랑을 자기 철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로 본다.

플라톤부터 하이데거까지. 김소월부터 나희덕까지 철학자·시인들과 대화하며 이 시대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짚는다.

"이제는 사랑이야말로 철학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철학의 운명이다.

(중략) 사랑은 절대적이며 무한하고 고독하다. "
사월의책. 300쪽. 1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