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보조 맞추는 법무부…'보호수용 가석방' 도입되나(종합)

업무보고 때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도입 검토' 보고…인권단체들은 반발
주취 감경 폐지·위치추적에는 '신중'…'성폭력 피해자 영상진술' 보완입법 추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범죄예방 정책들에 법무부가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3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대통령직인수위 업무보고에서 ▲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도입 ▲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 범죄예방 환경개선 사업(CPTED·셉테드) 본부 설치 등의 공약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는 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지정된 시설에 들어와 직업훈련, 상담치료 등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도 정해진 주거지가 없는 보호관찰 대상자에게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나, 윤 당선인의 공약은 그 범위를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에도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보호수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시민단체는 보호수용 제도가 이중 처벌 논란으로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 제도의 사실상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무부나 국회가 보호수용 제도를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제동을 걸어왔다. 보호수용제 도입을 위해서는 별도의 '보호수용법' 제정이나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공약이 이른 시일 내에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만 14세인 '촉법소년' 연령을 12세로 낮추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해서도 법무부는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가리킨다.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법무부는 또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가정법원에 소년부 사건이 송치될 경우 즉시 보호관찰관이 개입할 수 있게 하고, 가정법원 가사조사관이 재판 당사자와 관계인을 지원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법무부는 '범죄예방환경 개선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범죄예방 환경 설계(셉테드)' 본부를 설치하는 방안도 인수위에 보고했다.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범죄 예방에 필요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일로, 우범지역 환경 개선이나 폐쇄회로(CC)TV·조명 설치 등이 그 예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경찰·지방자치단체가 따로따로 범죄 예방 행정을 펼쳐 예산이 낭비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윤 당선인이 공약한 주취 감경 폐지, 스토킹 가해자 확정판결 전 위치추적 등의 공약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취 감경 폐지는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크고,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은 인권 침해 논란이 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법무부는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법정에서 쓸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업무 보고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영상진술 방식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신문과 진술 내용을 전달하는 '전문조사관'을 두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