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주형 회사'로 바꾼다…"케이뱅크·밀리의서재 IPO"

통신 떼내 자회사로 둘 가능성
구현모 대표, 주총서 발표

"기업가치 재평가땐 주가 오를 것"

최대주주 국민연금 재선임 반대로
박종욱 사장 사내이사 자진사퇴
KT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KT가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되고 유선통신·무선통신·금융, 미디어·콘텐츠 등 각 사업 부문을 거느리는 형태의 사업 재편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현모 KT 대표(사진)는 31일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분명히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KT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경영진이 직접 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지주회사 대신 지주형 회사라는 표현을 쓴 것은 금융계열사가 있어서 법적 지주회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올해 사실상의 지주사 체제를 위한 수술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날 KT 주가는 지주사 체제 도입 기대로 3.78% 급등하며 52주 신고가에 바짝 다가갔다.

증권업계에선 KT가 통신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 형태로 두고 순수지주회사나 플랫폼 등 일부 사업만 가진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인 KT 밑에 △유·무선통신 △KT스튜디오지니를 필두로 하는 미디어·콘텐츠 △비씨카드와 케이뱅크 등 금융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각 부문으로 두고 48개 계열사를 부문별로 배치하는 형태가 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각 사업자회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미디어·콘텐츠, 금융 등 각 부문 신사업들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무래도 통신은 규제 산업이다 보니 이를 따로 두는 게 사업 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KT의 탈(脫)통신 행보와 지배구조 개편 등에 노동조합 등이 강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점은 걸림돌로 거론된다.

구 대표는 계열사인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키로 했다. 그는 “케이뱅크는 이르면 연말께 상장시킬 계획”이라며 “비씨카드 등을 포함한 몇몇 회사도 IPO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사내이사 재선임 대상이었던 박종욱 사장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