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2조·총자산 100조…우량 금융사로 성장한 저축은행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저축은행 업계는 2017년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지 4년 만에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작년 한해 총자산과 총수신, 총여신 모두 10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1972년 상호신용금고란 이름으로 탄생해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저축은행 업계가 ‘부실 금융사’, ‘지역의 소규모 금고’ 같은 이미지를 떨쳐내고 우량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의 갖은 노력을 통해 건전성을 높이고 고객층을 다변화하는데 성공한 결과다.

○지방은행 제친 SBI저축은행

31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저축은행들은 전년(1조3997억원) 대비 40% 증가한 1조96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 중 한곳인 농협금융의 순이익(2조2919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은 1금융권인 지방은행들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SBI저축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3495억원으로 대구은행(3300억원), 경남은행(2306억원), 광주은행(1941억원), 전북은행(1829억원)보다 앞섰으며 부산은행(4026억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5대 저축은행 모두 두자릿수 이상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이 348억원에서 817억원으로 두배 넘게 늘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 48%(604억원→896억원), SBI저축은행 35%(2583억원→3495억원), OK저축은행 31%(1851억원→2431억원), 웰컴저축은행 17%(956억원→1121억원) 등 순서로 순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대출 호조세에 따라 이자수익이 6조5600억원에서 7조6660억원으로 1조원 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영끌’ ‘빚투’ 현상이 두드러져 자금 수요가 넘쳐났으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5~6%로 묶인데 따른 ‘풍선효과’도 톡톡히 봤다. 작년 저축은행의 총량 증가율은 21.1%로 비교적 널럴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총자산과 총여신, 총수신은 각각 118조2000억원, 102조4000억원, 100조5000억원으로 모두 100조원을 넘겼다.

○2030 젊은 고객들도 급증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저축은행 실적은 내리막길을 거듭했다. 2011년에 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문제로 소비자 신뢰가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순이익은 2011년 -963억원에서 2013년 -3828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기간 총자산은 60조1646억원에서 38조9764억원으로 35% 쪼그라들었다.

저축은행들은 이후 PF를 줄이는 동시에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 대신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상 대출도 강화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윤은 덜 나더라도 안전성이 높은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한 게 먹혀들었다”며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썼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11년 16.54%에서 지난해 3.35%로 낮아지는 등 건전성이 개선됐다.

영업 채널 다변화에도 힘썼다. 자체 앱을 만들거나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핀테크사와 연계해 2030세대 젊은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가령 웰컴저축은행의 20~30대 신규 예적금 가입 건수는 2017년 6만8823좌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9만1823좌로 급증했다. 2018년 ‘웰컴디지털뱅크’ 앱을 선보인 것이 분기점이 됐다. 페퍼저축은행의 수신 고객 중 60대 이상 비중이 2018년 22%에서 작년 17%로 하락할 때 20대는 16%에서 21%로 늘었다. 자체 앱을 만들 여력이 안되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을 위해선 저축은행중앙회가 ‘SB톡톡플러스’라는 공용 앱을 운영 중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