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오젬픽 고용량 승인, 당뇨병 치료제 시장 다시 한번 흔들[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노보노디스크가 3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고용량 라벨 확장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보노디스크는 주 1회 2mg 용량의 오젬픽을 제2형 당뇨병 성인에게 투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0.5mg, 1mg 용량만 투여가 가능했다.

이 회사는 2mg까지 용량에 의존적인 개선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당화혈색소가 높은 신규환자뿐 아니라 기존에 오젬픽을 투여받던 환자들에게도 치료 옵션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일라이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신약 ‘티르제파타이드’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릴리는 현재 주력 상품인 ‘트루리시티’의 후속작으로 티르제파타이드를 준비 중이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IP/GLP-1 이중 작용 치료제로, 현재 임상 3상 결과들을 내놓고 있는 단계다.

릴리는 지난해 오젬픽과의 비교임상(SURPASS-2) 결과를 발표했다. 오젬픽 1mg 투여군에 비해 티르제파타이드 투여군(5mg, 10mg, 15mg)에서 당화혈색소 수치 감소와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젬픽의 고용량 처방이 승인을 받으며 이 결과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번 FDA 승인의 근거가 됐던 오젬픽 1mg, 2mg 비교임상(SUSTAIN FORTE)에서 고용량 투여군이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투여 40주차 당화혈색소는 고용량 투여군은 –2.2%, 저용량 투여군은 –1.9%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당화혈색소 7% 미만을 달성한 환자의 비율 역시 67.6%(2mg)와 57.5%(1mg)로 약 10%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한 전문가는 “티르제파타이드와 이번에 승인 받은 고용량 오젬픽 간의 효과 개선 차이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여전히 티르제파타이드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릴리가 예상한 것만큼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신약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젬픽, 티르제파타이드 등 두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당뇨병 시장에는 GLP-1 유사체, DPP-4 저해제, SGLT-2 저해제 등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당뇨병 치료의 흐름이 단순히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비만, 심혈관, 신장질환 등 합병증까지 예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GLP-1은 체중 감량, 심혈관질환 예방, 뇌줄중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시장에서 점점 GLP-1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이다.현재 GLP-1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릴리가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다른 경쟁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두 기업이 GLP-1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고, 두 기업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