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귀재 애크먼 "장기 투자에 집중"

연례 서한서 "공매도 손 떼"
허벌라이프와 분쟁서 손실
적극적인 공매도 공격으로 유명한 빌 애크먼(사진)이 공매도에서 손을 떼고 장기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크먼은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로 헤지펀드 운용사 퍼싱스퀘어 회장을 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애크먼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제한적으로 공매도 전략을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공매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 압박 등의 공격적인 행동주의 대신 기업과 막후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발언권이 적은 주주가 되겠다”고 했다.애크먼 회장은 ‘리틀 버핏’이라고도 불린다.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폭락장에서 큰 수익을 냈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사들인 뒤 가치를 높여 매도하는 것도 그의 전략 중 하나다.

그의 공매도 포기 선언의 배경으로는 퍼싱스퀘어와 건강보조식품 기업인 허벌라이프 간 벌어진 5년간의 분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애크먼 회장은 2012년 허벌라이프가 불법 피라미드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공매도 칼날을 겨눴다.

허벌라이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 이후 2억달러(약 2400억원)의 과태료를 냈다. 하지만 애크먼 회장은 ‘기업 사기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자 수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애크먼 회장은 공매도 대신 장기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기·중기·장기간에 걸쳐 직면할 다양한 과제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애크먼 회장은 넷플릭스 주식 300만 주와 캐나다 퍼시픽 철도 지분을 확보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유니버설뮤직 등 스트리밍 사업과 도미노피자 등 요식업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