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향기 머금고 돌아온 '힙스터의 성지'
입력
수정
지면A21
기업이 사랑한 미술관75만2000건. 인스타그램에서 ‘디뮤지엄’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의 수다. 국립현대미술관(20만6000건), 리움(3만8000건) 등 쟁쟁한 미술관은 물론 예술의전당(70만3000건)과 세종문화회관(19만3000건) 등 ‘국가대표’ 복합 문화공간도 뛰어넘는 규모다. 디뮤지엄의 인지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열성 팬 숫자로 따지면 단연 최고다. 비결이 뭘까.
대림문화재단 디뮤지엄
서울숲 인근 이전…접근성 개선
인증샷 허용돼 SNS에서 인기
‘인증샷’을 허용하자…2030 “사진 맛집” 열광
디뮤지엄이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성지’로 떠오른 건 2015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직후부터였다. 젊은 감각의 전시와 공간, ‘인증샷’을 허용하는 운영 방침 덕분이다. 디뮤지엄 관계자는 “국내 미술관 관람객 대부분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는데, 디뮤지엄 개관 이후 ‘미술관 방문 인증샷’이 대세가 되면서 미술관을 찾는 20~30대 관객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디뮤지엄은 DL그룹이 설립한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재단이 처음으로 연 미술관은 1996년 대전에 개관한 국내 1호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이다. 2000년 서울로 옮긴 이 미술관은 대림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림미술관 역시 방문객 대부분이 2030일 정도로 젊은 층이 즐겨 찾는다. 재단 관계자는 “전시를 기획할 때부터 요즘 이슈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디뮤지엄은 서울숲 인근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가깝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연결된 덕분에 서울숲을 거닐다 바로 들어올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각종 시설을 보강하고 공간도 넓혔다. 새로 지은 미술관은 총 5개 층으로, 전시실과 함께 교육센터, 뮤지엄숍을 갖추고 있다. 교육센터는 대중의 문화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가족 관객을 위해 수유실도 갖췄고 장애인 입구도 별도로 만들었다. 한정희 부관장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미술관을 꿈꾼다”고 소개했다.
개관 특별전 ‘어쨌든 사랑’…순정만화 속 장면 전시
디뮤지엄은 개관 특별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를 열고 있다. 천계영 이은혜 이빈 이미라 원수연 박은아 신일숙 등 한국 순정만화 작가의 7개 작품 속 장면을 기준으로 섹션을 나누고, 각각의 장면을 모티브로 사진, 만화, 일러스트, 설치 등 국내외 작가 23명의 작품 약 300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정아 마케팅 큐레이터는 “사랑을 시작할 때부터 이별한 뒤까지 단계별 감성을 따라가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오감으로 작품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전시 구성이 돋보인다. 첫 섹션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때’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벽에는 지미 마블 작가의 ‘Way Out’ 등 소년소녀의 사랑을 담은 사진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섹션 ‘미칠 것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에서는 조명이 번쩍이고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열정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 맞춰 조명과 음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작가 의식이나 철학을 기대하고 감상하기보다는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가볍게 즐길 만한 전시다. 인터넷 예약 후 방문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