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인수위 "文정부 조치 없으면
새 정부 출범하는 즉시 적용"
사진=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가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편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3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주재 경제분과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제 중 첫 번째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업무보고에서 윤 당선인은 “국민의 내집 마련 문턱을 낮추고,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말했다. 현재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매도 시 소득세법상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중과세율(2주택 20%포인트, 3주택 이상 30%포인트)을 추가 적용받고 있다.

최 간사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만약 현 정부가 조치하지 않는다면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다음날 양도분부터 중과 1년 배제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인수위는 5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추경안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추경은 인수위에서 작업한 뒤 오롯이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추경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 당장 다주택자 매물 내놓게 하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활력 기대…일시적 2주택자 종부세도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1가구 3주택자는 60%, 2주택자는 50%의 세율로 세금을 매겼다. 당시 양도세 최고세율 36%보다 14~24%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라졌고, 3주택자 이상은 10%만 중과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는 양도세 중과를 대폭 강화했다. 2018년 2주택자의 중과세율을 10%로 재도입하고, 3주택자는 20%로 높였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다. 작년에는 중과세율을 10%포인트씩 상향했다. 그 결과 현재 2주택자는 기본세율(최고 45%)에 20%를 중과한 65%,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30%를 중과한 7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 중과로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고 집값은 더 뛰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대선 때 윤석열 당선인은 양도세 중과 2년 유예를 공약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최상목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는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공약 대신 ‘1년 유예’를 추진하는 데 대해 “지금 당장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를 기대해서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를 1년 시행한 뒤 다시 1년 연장하느냐’는 질문엔 “추가로 1년을 더 연장할지는 현재로선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과세율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것은 법률 개정 사항”이라며 “부동산TF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한 것처럼 양도세 부담을 계속 낮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법 개정 대신 임기 내내 특례세율을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양도세 부담을 낮췄다. 법 개정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

인수위원회는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방안도 밝혔다. 최 간사는 “이사나 상속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인수위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1가구 1주택 특례가 올해부터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강진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