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봉인 풀려다 돌연 손 놓은 박범계…진짜 한동훈 노렸나

채널A 수사팀, '한동훈 무혐의' 수차례 의견내도 번번이 반려
'한동훈 사건 진행 막아 중앙지검장 임명 막으려 총장 지휘권 복원' 의혹 번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1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시키려다 "진의 왜곡 우려"를 이유로 돌연 취소한 사태 기저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사건의 처리 지연 문제가 깔려 있다.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한 검사장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을 번번이 반려하면서 오해와 논란의 불씨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은 2020년 7월 역대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채널A 사건 지휘에서 손을 떼고 서울중앙지검에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 지휘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측근인 한 검사장을 감싸기 위해 편파 지휘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윤 당선인의 지휘에서 벗어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그해 8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이 전 기자의 공범으로 고발한 한 검사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도 적시하지 못했다. 이후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중앙지검 지휘부에 여러 차례 무혐의 결론을 보고했다.

그러나 지휘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 처리를 미뤘다.

법조계와 야당에서는 현 정권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검사장 사건을 '인질'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사이 이 전 기자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대선이 윤 당선인 승리로 끝나면서 한 검사장 사건 처리에 대한 외부의 관측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일각에선 현 검찰 지휘부가 사건 처리를 더 미룰 명분이 사라진 만큼 새 정권 출범 전에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나타냈다.

최근 일부 매체에선 수사팀이 대선 이후 다시 한번 '무혐의 의견'을 지휘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에서 올라온 보고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 입장에선 한 검사장 사건을 최대한 '현재 진행형'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차기 정부가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지 못하게 할 구실로 '피의자 꼬리표'를 남겨두지 않겠냐는 얘기다.

박 장관의 총장 지휘권 복원 시도는 이 지점에서 외부에 굴곡돼 받아들여졌다.

이날 중앙일보는 박 장관이 채널A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도록 검찰국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오수 총장에게 지휘권을 돌려준 뒤 추가로 김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한 검사장 사건 처리를 막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였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

그러자 보도 5시간 뒤인 오후 6시께 법무부는 전격 '논의 중단' 발표를 했다.

애초 추 전 장관 시절 총장 지휘를 배제한 모든 사건에서 총장 지휘권을 회복시키려 했는데 마치 한 검사장 사건만을 논의한 것처럼 진의가 왜곡 보도돼 추가 논의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서초동과 과천에서는 해당 보도 이후 법무부 발표까지 상당 시간 지체된 점을 감안할 때 박 장관과 검찰국 간 갈등을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취재진 사이에 한때 '법무부가 곧 전(全)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 복원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법무부 메시지는 전혀 예상외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박 장관이 첫 중앙일보 보도대로 한 검사장 사건의 지휘권만 복원하려다 논란이 일자 '물타기용'으로 다른 사건들의 지휘권까지 모두 복원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내부 충돌이 일어나 최종 입장 발표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법무부 일부 간부들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그러나 퇴근길에 취재진에 "총장이 지휘 배제된 전체 사건에 대한 원상회복 검토가 있었다"며 "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일단 이날 논의는 중단됐지만 결국 총장의 지휘권이 복원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장관 역시 퇴근길에 "논의의 중단이지 완전히 없었던 얘기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검찰청법 등 여러 법률 체계에 맞지 않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