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줄여도 나간 돈이 더 많다···인플레에 느려진 소비 속도 [글로벌마켓 A/S]



연준이 통화 정책을 다루면서 비중 있게 살펴보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 결과가 밤 사이 나왔는데요. 결과와 함께 현지 분석까지 전해주시죠.

2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PCE를 보면 1년새 6.4%가 뛰었습니다. 물가 상승폭이 1982년 이후 최대라고 하죠. 미국의 물가가 몇십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말은 최근 몇 달 사이에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지표 보면 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물가는 내리막 없이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비해 소비지출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물가가 오르는 탓에 지출 규모 자체는 증가를 했지만요. 예를 들자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하나에 1달러짜리 사과를 10개씩 사왔었는데, 어느날 사과 값이 1.5달러로 오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한 번에 열 개씩 사던 사과를 이번엔 일곱 개밖에 못 사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난 번 사과 쇼핑에선 10달러를 썼고 이번 쇼핑에선 10.5달러를 썼으니 지난번보다 돈은 더 썼지만, 실제로는 사과 세 개를 덜 사온 거죠. 미국의 가정들이 씀씀이를 줄이려 하는데도 돈은 더 나가는 현상이 이번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가지수 6.4% 상승이라는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보면 이 안에는 에너지 상품 가격이 25.7%, 음식료 가격이 8% 오른 것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 지출은 시장 예상치인 0.5% 보다 낮은 0.2% 증가로 나타났고요. 서비스분야 지출은 938억달러 늘었지만 상품 지출이 589억달러 줄어든 것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자산 시장이 실물경제와 정확히 연동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 흐름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심리 위축이 공급망 안정과 함께 일어나면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문제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데이터는 2월 말 기준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3월에는 유가 상승 등 공급망 혼란 요인이 더 커졌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경제 흐름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다음 주,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이슈와 이벤트 종합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다음주에는 미국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옵니다.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우선 시장 예상치는 기준보다 높은 58 수준이고요. 다음 주 수요일 공개될 3월 FOMC 회의록에서 어떤 내용들이 나오느냐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지난 3월 FOMC에서, 정확히는 기자회견 질의 응답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시장을 안심시키기는 했고 시장에서도 다음달 FOMC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기는 합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양적 축소 규모와 같이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불확실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