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코로나 닿으면 빨간줄…진단키트에 금 나노입자 쓰죠
입력
수정
지면S10
(90) 귀금속 나노소재와 코로나코로나바이러스 항원 검사에 사용되는 자가진단키트는 양성이면 붉은색 선이 두 줄로 나타나고, 음성이면 붉은색 선이 한 줄로 나타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항균·항바이러스 마스크는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두께의 구리가 섬유에 코팅돼 있어 바이러스나 유해 미생물을 사멸시킴으로써 개인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올림픽 메달이 연상되는 금, 은, 동(구리)은 주기율표에서 11족에 속한 원소들로, 귀금속으로 분류된다. 귀금속에 속한 원자들은 전자배열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공기나 물 등 분자에 의한 반응성이 거의 없고, 화려한 빛을 내 기원전부터 동전과 장신구 등에 활용됐다. 물리적으로는 자유로운 최외각 전자(자유 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전자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다른 금속에 비해 높은 전기 전도도와 열 전도도의 특성을 갖게 해준다. 금속에 존재하는 자유 전자들은 반짝이는 원인이 되며, 금속 표면에 흡착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도 있다.
반짝임으로 바이러스 검출하는 금 나노입자
40㎚ 크기의 구형(球形) 금 나노입자는 가시광 영역(파장: 400~750㎚)의 빛 중 빨간색 영역(파장: 620~750㎚)에 해당하는 빛에 의해 표면의 자유 전자가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집단적인 공진으로 빨간색 빛만 흡수하고 산란시키는 현상을 이용해 로마 시대에는 리쿠르고스 잔과 같이 화려한 양색성 유리잔을 만들어 사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키트)는 이런 귀금속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항원은 우리 몸속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성분에 해당한다. 항원이 액체 상태로 잘 녹도록 돕는 시약을 동그란 부분에 넣으면 항원을 품은 액체는 시험지를 따라 키트 끝부분으로 흘러간다. 시험지 앞부분에는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40㎚ 크기의 금 나노입자가 다량 포함돼 있다. 항원과 결합한 금 나노입자는 액체의 흐름에 의해 끝부분으로 이동한다. 시험지의 T라고 쓰인 부분은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가 다량 모여 있어 항원과 결합한 금 나노입자가 이곳에 결합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시험지의 C선은 키트의 오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항원과 결합하지 않은 금 나노입자들이 결합하게 돼 또한 붉은색을 띤다. 따라서 C와 T 모두 빨간 줄이면 양성, C만 빨간 줄이면 음성이고, C에도 빨간 줄이 없으면 키트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므로 재검사를 해야 한다.
세균·바이러스 사멸시키는 구리 나노소재
붉은색을 띠는 구리는 표면에 접촉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특성이 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선 구리로 상처를 치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1800년대 프랑스 콜레라 대유행 때는 구리 광산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병에 덜 걸렸다. 19세기 이후에는 구리가 본격적으로 의학적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08년 구리의 항균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그 활용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리가 어떻게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까.구리 표면에 세균이 접촉하면 세균의 세포막이 파열된다. 구리의 전도성이 세포막의 전위를 붕괴시키거나, 세포막에 국소적인 산화를 발생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의 세포막이 파괴되면 세포 내부 물질이 외부로 흘러나오고, 구리는 세균 내부로 침투하게 된다. 이때 구리는 세균의 대사작용을 방해하고 유전물질을 파괴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리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게 되는 것이다.나노 구리는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스크 표면에 나노 구리를 형성하면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나노 구리가 코팅된 필터는 마스크 외에도 공기청정기, 건물의 공조장치 등 실생활에서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고. 이는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진 다양한 전염병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 예방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